중국 류샹, 배영 50m 세계신기록
전신수영복 기록 깨 더 값진 의미
여고생 ‘수영 괴물’ 리카쿠 4관왕
적수 없는 쑨양은 2연속 3관왕에
트랩 양쿤피 50발 중 48발 명중
아시안게임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 비해 한 단계 수준 낮은 대회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세계 톱 클래스의 기량을 펼치는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대회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스타는 중국 여자 수영의 류샹(22)이다. 류샹은 21일 여자 배영 50m 결승에서 26초98의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자오징(중국)이 2009년 7월 이탈리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작성한 종전 기록(27초06)을 9년 만에 0.08초 줄였다. 당시는 최첨단 소재의 전신 수영복 착용이 금지되기 전이라 세계신기록이 쏟아지던 시기여서 류샹의 기록이 더 값지다.
류샹의 주 종목이 배영 50m가 아니라 자유형 50m라는 점이 더 놀랍다. 그는 대회 홈페이지를 통해 “내 주된 관심사는 사실 자유형 50m라 부담 없이 레이스를 했다. 세계 기록을 깨리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놀라워했다.
이에 앞서 사격에서도 세계 타이기록이 나왔다. 대만의 양쿤피(20)가 20일 남자 사격 트랩 결선에서 50발 중 48발을 명중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의 양대명(28)도 이 종목 결선에 올라 동메달을 따 이 종목은 TV로도 중계됐는데 양쿤피는 단 한 번의 흔들림 없는 경기로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미숙한 대회 준비와 운영으로 이번 대회가 ‘동네운동회’라는 혹평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틀 연속 준수한 기록이 나오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도 반색했다. 후사인 알무살람 OCA 사무총장은 “선수들의 기량뿐 아니라 자카르타와 팔렘방에 지어진 수준 높은 경기장 덕분이다. OCA와 대회 조직위원회가 준비를 완벽하게 해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대회 시설이 허술하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중국 남자 수영의 쑨양(27)도 ‘탈아시아급’ 실력을 뽐냈다. 쑨양은 자유형 200m와 400m, 800m를 모두 석권하며 4년 전 인천 대회(자유형 400mㆍ1500m, 계영 400m)에 이어 2연속 3관왕에 올랐다. 쑨양은 2012년 런던올림픽 자유형 400m와 1500m 금메달, 2016년 리우올림픽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딴 이 종목 세계 최강자다. 한때 쑨양과 정상을 다투던 박태환(29)은 컨디션 난조로 이번 대회에 아예 참가하지 않았다. 쑨양의 독주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도 ‘수영 괴물’의 등장으로 떠들썩하다. 여자 계영 400m와 접영 50m, 자유형 100m, 접영 100m에서 잇달아 우승해 대회 첫 4관왕의 주인공인 된 여고생 이케에 리카코(18)가 주인공이다. 그는 여자 계영 800m에서도 두 번째 주자로 은메달에 힘을 보탰다. 일본은 이케에가 1970년과 1974년 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5관왕에 오른 ‘여자 수영의 전설’ 니시가와 요시미의 다관왕 기록을 깰 거라 기대하고 있다. 이케에는 쑨양과 함께 이번 대회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거론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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