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인사 때 시장 부인 보좌
업무 관련없는 시장 행사 수행
9월 국장승진 노린 눈도장 지적
당사자 취재기자에 막말 항의도
박준배 시장, 감사 약속 뭉개
전북 김제시 일부 간부공무원들이 지난달 취임한 박준배(62) 시장과 시장 부인이 참석한 각종 행사에 나타나 자신들의 업무와 상관없는 의전을 하며 눈도장을 찍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김제시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는커녕 조사를 뭉개면서 이들을 비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김제시 등에 따르면 A과장은 업무시간에 시장이 찾는 행사장에 들러 주민들에게 시장과 사적 인연을 강조하면서 수행을 자처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에 올랐다. B과장은 지난달 시장 취임 직후 부인이 참석한 행사에 나타나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소개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또 다른 간부는 박 시장 부인이 당선 인사를 위해 관내시설 방문 때마다 수 차례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는 2016년 6월 ‘자치단체장 부인의 사적 행위에 대한 지자체 준수사항’을 통해 공무 목적 외에는 사적 활동에 공무원 수행ㆍ의전 금지, 사적 모임에 부하 직원의 부인 동원 금지, 단체장 부인의 인사 개입 금지 등 7개 금지 조항을 각 지자체에 통보한 바 있다.
시청 안팎에서는 “간부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업무를 제쳐두고 시장과 부인 모시는 데만 몰두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다”며 “이 같은 행동은 시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위한 것으로, 새로운 시장에게 잘 보여 좋은 자리로 영전하거나 승진에 눈이 멀어 과잉 충성한 것은 아닌지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들 간부들은 모두 사무관들로 다음달 예정된 인사에서 국장 자리를 노리고 충성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실제 김제시는 부하 여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감사원에 적발돼 강등 조치 요구를 받은 C국장이 전북도 징계를 앞두고 있다. 시는 C국장의 징계가 이뤄지면 9월에 박 시장 취임 후 첫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비난이 일자 당사자로 지목된 한 간부공무원은 인터넷신문 기자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막말과 욕설을 퍼부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해당 신문사는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도를 넘는 구태의연한 언행으로 기자를 회유하고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며 막말ㆍ욕설 공직자의 엄중 문책과 시장의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성명서를 시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해당 공무원들의 품위손상 행위 등에 대한 감사 검토를 약속했지만 20여 일이 지나도록 감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제시 감사부서 담당자는 “보도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인지하고 있지만 시장의 감사 지시가 없었으며 앞으로도 공무원 조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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