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0명대 진입
지자체 출산율 장려 정책 무색
# 경북 예천군은 관내 주민이 넷째를 출산하면 월 50만원씩 2년간 총 1,200만원을 지원한다. 첫째는 일시금 10만원만 지급하지만, 많이 낳을수록 더 큰 혜택을 준다. 둘째는 총 480만원, 셋째는 720만원으로 장려금 규모가 점점 커지는 식이다. 이 같은 정책 덕에 예천군은 지난해 전체 출생아 중 셋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5.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 전북 순창군은 출산 가정에 미역, 아기용 의자, 돌맞이 사진 촬영권을 제공한다. 또 장난감 도서관을 운영해 취학 전 아동을 둔 가정에 총 335종 988개의 장난감을 대여해준다. 군 공무원을 대상으로 인구 전문 강사를 초빙해 저출산 극복을 주제로 한 강의도 실시하는 등 출산율 제고를 위해 갖가지 시책을 동원하고 있다. 순창군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출생아 수)은 1.80명으로, 전국 시군구 중 4위를 차지했다.
재앙에 가까운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발군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출생 지표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22일 통계청의 ‘2017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35만7,800명으로, 전년 대비 4만8,500명(11.9%)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전년 대비 0.12명 감소한 1.05명으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저치다.
시군구별로 보면 합계출산율이 2명이 넘은 곳은 전남 해남군(2.10명)이 유일했다. 장기적으로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출생아 수(대체출산율)가 2.1명인데, 이를 충족하는 곳이 전체 시군구 283곳 중 해남군뿐인 셈이다. 합계출산율이 대체출산율을 넘는 지역은 2015년에는 해남군, 강원 인제군, 전남 영암군, 전남 장성군 등 4곳이었다.
시도별로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세종(1.67명), 가장 낮은 곳은 서울(0.84명)이었다. 서울은 평균 출산 연령이 33.3세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결혼 후 첫째 출산까지 걸리는 기간 역시 서울이 2.2년으로 전국 최장이었다.
저출산 현상은 올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월간 인구동향’에 따르면 6월 출생아 수는 2만6,400명으로, 1년 전보다 2,500명(8.7%) 감소했다. 6월 기준 1981년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저치로, 월별 출생아 수 최저치 경신 행진은 2016년 4월 이후 무려 27개월째다.
2분기 출생아 수는 8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00명(8.5%) 줄었다. 2분기 합계출산율은 0.97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4분기(0.94명)에 이어 두 번째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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