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1인당 환자수 4명 여전
최근 서울 강남의 유명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김모(70)씨는 “다시는 중환자실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간호사가 돌보지 못하는 동안 낙상할 위험이 크다며 손발을 묶어 놓은 것은 물론 용변은 기저귀에 봐야 했다. 김씨의 보호자는 “간호사 수가 너무 부족해 보였다”고 했다.
생사가 오가는 특수한 환경 속에 종합병원에서 가장 열악한 곳으로 꼽히는 중환자실의 의료서비스 수준이 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간호사 1인 당 환자 수는 그대로여서, 간호사들의 높은 노동강도와 환자의 불편은 여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5~7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중 입원 진료가 10건 이상인 282곳을 대상으로 중환자실을 평가한 결과, 종합점수가 평균 69.2점으로 2016년 1차 평가(58.2점)보다 11.0점 상승했다고 22일 밝혔다.
심평원은 전담전문의 수, 간호사 수, 전문장비ㆍ시설 구비 여부, 중환자 진료 프로토콜 구비율 등을 통해 중환자실을 평가하고 있다. 이번 결과는 2016년 1차 적정성 평가 공개에 이은 2차 평가 결과다. 1차 평가에서 12곳(4.6%)에 불과했던 1등급 기관은 64곳(22.8%)으로 많이 늘어났다. 특히 1차 평가에서 1등급 기관이 서울, 경기도, 경상남ㆍ북도 등 일부 지역에 치우쳤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모든 권역에 분포했다.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를 배치한 기관은 40.1%(113곳)로, 1차 평가의 32.8%(87곳)보다 늘었다. 또 전담전문의를 둔 경우 1인당 병상 수는 24.7병상으로, 1차 평가(44.7병상)보다 20병상이나 줄었다. 그러나 간호사가 담당하는 병상 수는 평균 1.01병상으로 조사돼, 1차 평가(1.10병상)와 큰 차이가 없었다. 3교대제인 간호사 근무형태를 고려하면 간호사 1인이 동시에 담당하는 환자 수는 4명 수준으로 2명 수준인 미국이나 일본의 2배 가량으로 추정된다.
박인기 심평원 평가관리실장은 "1등급 기관이 크게 증가한 것은 중환자실 수가 개선 등 외부 요인과 전담인력 배치, 프로토콜 구비 등 의료기관의 노력이 더해진 덕분"이라며 "등급이 낮은 기관은 개별 상담 등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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