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범행 전 차 타고 둘러봐
사찰 앞 1시간 대기 등 계획 치밀
21일 오전 경북 봉화에서 엽총을 난사해 공무원 등 3명을 사상케 한 70대 귀촌인이 파출소 직원까지 노린 정황이 밝혀졌다. 경찰은 상수도 문제로 갈등을 빚은 이웃 등을 대상으로 사전에 치밀한 준비 끝에 저지른 계획범죄로 보고 수사 중이다.
22일 봉화경찰서 등에 따르면 범인 김모(77)씨는 21일 오전 7시 50분쯤 소천파출소에서 엽총을 반출, 승용차로 소천면 임기2리 자신의 집 근처 사찰로 이동한 뒤 외출한 임모(48) 승려를 1시간 이상 기다렸다가 9시15분쯤 실탄 3발을 발사했다. 이어 오전 9시27분쯤 승용차로 8㎞ 남짓 거리의 소천파출소에 도착 둘러본 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곧장 면사무소로 옮겨 4발을 쏴 직원 2명을 숨지게 했다. 숨진 직원은 김씨와 일면식도 없었다. 경찰은 “김씨가 임씨와 지난해부터 간이상수도 물 사용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1차 범행 후 민원처리에 불만을 가져 온 면사무소에서 2차 범행했다”고 설명했다. 김씨 승용차에선 쓰고 남은 실탄 60발도 회수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2014년 이주해 간이상수도를 사용하다 2년 뒤 이주해 온 임씨와 물 때문에 자주 싸웠고, 지난해 4월엔 임씨가 “김씨가 도끼를 들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다.
김씨가 총기소지 허가를 받은 것은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로 확인됐다. 지난달 25일부터 수시로 집 주변에서 새를 쫓는다는 이유로 총을 난사해 이웃과 마찰을 빚었다. 21일까지 총기반출 회수는 13회나 된다. 지난 15일엔 한 주민이 “총소리가 시끄럽다”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엔 임씨가 “살해 위협”을 이유로 경찰에 진정하면서 총기반출이 제한됐지만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9일부터 재개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나이도 많고 몸이 불편한 김씨가 상대적으로 젊고 힘이 센 임씨를 이길 수 없게 되자 총기를 구입해 일을 벌인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며 “파출소에 들린 이유 등 계획적 보복범죄 여부에 대해 집중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22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봉화=류수현기자 suhyeon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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