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결승에서 강영미(33ㆍ광주서구청)가 2피리어드 막판 8-5로 리드한 상태에서 피스트 끝까지 몰렸다. 상대 쑨위원(중국)의 거듭된 공격 시도를 쳐내던 그는 오히려 반격에 성공, 1점을 따내 점수를 9-5로 벌렸다. 강영미는 승리를 직감한 듯 포효했다. 목을 거칠게 긁고 쏟아져 나오는 그 고함은 기쁨의 환호보다는 한이 서린 절규에 가까웠다. 경기는 11-7 강영미의 승리로 끝났다. 그는 앞선 준결승에서 8-11로 끌려다니다 종료 34초 전 12-12 동점을 만든 뒤 연장전에서 전광석화와 같은 찌르기로 상대를 무너뜨리더니 결승에서도 그 기세를 그대로 이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조직위가 제공하는 ‘마이인포’ 사이트에 따르면 강영미가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된 건 2009년이다. 올해 10년 차를 맞은 대표팀 ‘맏언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번번이 쓴맛을 봤다.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에페 개인전 14위에 그쳤다. 그는 “제가 준비가 부족하기도 했고, 운도 안 따라줘서 대표팀을 들어갔다 나갔다 했다”며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데, 처음이자 마지막 아시안 게임에서 1등을 하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울먹였다.
이날 경기가 펼쳐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에는 낯익은 응원 구호가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강영미를 응원하러 온 팬과 펜싱 관계자들이 “영미, 영미!”라고 외친 것.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컬링 여자 대표팀의 스킵 김은정(28ㆍ경북체육회)이 경기 도중 리드 김영미(27ㆍ경북체육회)를 부르며 화제가 됐다. 강영미는 “평창올림픽 이후 모두가 나를 보면 ‘영미, 영미’라고 외친다”며 “응원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웃었다.
자카르타=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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