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북부 관통해 빠져나갈 듯
정부, 중앙재난대책본부 가동
서울 등 중부 22일 35도 폭염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의 예상 경로가 수정되면서 전남 남해안이 아닌 충남 서해안을 통해 23일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바다를 통해 북상하면서 강한 세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져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21일 오후 3시 현재 일본 가고시마 남쪽 약 360㎞ 부근 해상에서 북서진하고 있는 솔릭이 앞서 예상했던 전남 남해안이 아닌 충남 서산 부근으로 23일 오후 8~11시쯤 상륙하겠다고 예보했다.
솔릭은 당초 예상보다 서쪽으로 더 치우친 경로를 택해 북상하면서 한반도 각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도 3시간 가량 더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에 따르면 솔릭은 23일 오전 3~6시쯤 제주 서쪽 해상을 지나 오전 10시~오후 1시 무렵 전남 앞바다를 통과한 후 23일 밤에 충남 서해안에 상륙할 전망이다. 이후 24일 오전 0~3시쯤 서울에 가장 근접한 다음 강원 북부 지방을 거쳐 동해상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속 40m(시속 144㎞) 안팎의 강풍을 동반한 채 북상하고 있는 솔릭은 당초 전남 남해안 상륙 후 급격히 세력이 약해져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미칠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경로가 수정되면서 중부지방의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태풍이 육상으로 진출하면 상륙 직후부터 세력이 급격히 약화하지만 해상으로 움직이면 마찰력이 적기 때문에 바람이 강하게 살아 들어오게 된다”며 “제주ㆍ전남 서해안은 물론 수도권과 중부지방에도 강력한 바람 피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기상청은 솔릭의 상륙지점이 지난 19일에는 전남 여수 부근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20일에는 목포 부근, 21일에는 충남 서산 부근으로 수정했다. 발생 초기 예상보다 동해상에 위치한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한반도 쪽으로 더 확장된 것이 최근 경로 수정의 주요 변수가 됐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때문에 북태평양고기압 상황에 따라 솔릭 경로가 다시 수정돼 세력 손실이 더 적은 상태로 경기 서해안에 상륙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수도권으로 바로 진입해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정부는 솔릭 상륙에 대비해 21일 오후 6시를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범정부적 대응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제주도를 시작으로 각 시ㆍ도에 현장상황관리관을 파견하며, 모든 공공기관은 태풍 대비 비상대비체계를 가동한다.
솔릭은 22일 오전부터 제주 지방을 시작으로 남부 지방에 시간당 50㎜, 최대 400㎜의 비를 뿌리며 강풍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서울 등 중부 지방은 22일까지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폭염이 계속되다가 23일 태풍의 영향권에 들면서부터 낮 기온이 32도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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