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것도 경제부처가 아닌 고용노동 부처 수장들이 “우리는 투자ㆍ일자리 친화 정부”라며 이례적으로 산업계 달래기에 나섰다. 정부가 받아 든 최악의 일자리 성적표가 그 배경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불과 5,000명 늘어나는 데 그치며 2010년 1월 이후 최저 증가폭을 보였다. 정부의 월별 취업자 수 증가폭(18만명) 전망의 36분의 1에 불과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서울 광화문 일자리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최근 일자리 상황과 주요 고용노동 현안을 논의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고용노동 부처 수장들과 재계단체장들이 머리를 맞댄 이날 최대 현안은 참혹한 일자리 통계와 이를 반등시킬 수 있는 일자리 창출 대책이었다. 먼저 김영주 장관은 “기업의 혁신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인재 양성, 규제 혁신 등을 통한 투자 여건, 일자리 창출 여건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경영계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한다”고 운을 뗐다.
경영계는 고용 창출의 걸림돌을 치워달라고 응수했다.
손경식 회장은 “현재의 일자리 창출 문제는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혁신을 과감히 추진하고, 기업의 사기 및 투자 심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목희 부위원장은 “국민의 생명ㆍ안전과 직결된 규제가 아니라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감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고용 창출에 있어 기업인의 사기도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며 이번 정부는 ‘투자 및 일자리 친화 정부’”라고 화답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 박성택 회장은 “2022년말까지 노ㆍ사 합의시 30인 미만 사업장에 허용되는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추가 연장해 주는 등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해 달라”며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근로자의)임금 감소도 보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문성현 위원장은 이에 대해 “노동시간 단축 및 임금 감소 문제 등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어가자”고 제안했다.
다만 저임금 근로자 생계가 걸린 최저임금 문제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영계는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과 최저임금 위원회의 공정성 제고 방안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영주 장관은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가 보호 필요성이 높은 계층이라는 점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최저임금 제도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는 법률개정 사항이므로 국회 논의 시 적극 참고하겠다”고만 말했다.
그 밖에 박성택 회장과 김준동 부회장은 “청년 창업의 활성화와 지자체와 협업을 통한 지역ㆍ업종별 맞춤형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김영주 장관은 “지방 구인난 개선을 위해 지방 소재 중소기업의 취업여건 개선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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