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일 삼성그룹의 노동조합 와해 공작 관련 문건을 작성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를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수현)는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 있는 삼성경제연구소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작성 문건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삼성그룹의 미래 전략을 짜는 싱크탱크다.
검찰은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삼성그룹이 노조 와해 공작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는지 규명할 계획이다. 앞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013년 10월 삼성의 노조대응 계획을 담은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노조 설립 상황이 발생하면 그룹 노사조직, 각 사 인사부서와 협조체제를 구축해 조기에 와해시키라’ ‘조기 와해가 안 되면 장기전략을 통해 고사하라’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합법적으로 거부하되 알박기 노조에 대한 비난 여론을 감안하라'는 등 지침이 담겨 있다.
검찰은 최근 삼성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삼성경제연구소가 이 문건을 작성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문건이 삼성전자서비스 등 자회사 노조와해 공작에 미래전략실 등 그룹이 개입한 근거로 보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문건 작성의 구체적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노조 와해 공작 문건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그룹 ‘윗선’에 대한 수사는 정점을 향하게 된다. 강모(55) 전 미래전략실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재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강 전 부사장 구속영장은 지난 18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피의자가 삼성그룹 노무를 총괄한 임원으로서 계열사인 삼성전자 노무에 관한 관여를 넘어 그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나 협력업체의 노조 활동에 순차 공모를 통해 일상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 출신인 강 전 부사장이 경찰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노조 대응 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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