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다이허 회의 끝나자마자
중앙군사위 소집... 권력 과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ㆍ현직 중국 지도부의 비밀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끝나자마자 전방위 군기잡기에 나섰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격화로 리더십 약화 가능성이 거론됐던 것과는 달리 절대권력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관영매체들은 20일 시 주석이 지난 17~19일 중앙군사위원회 건설 회의를 주재하면서 공산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과 종엄치군(從嚴治軍ㆍ엄격한 군 관리)을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회의에서 “당의 지도는 군 발전의 관건이자 강군 사업의 성패와 국가 안정의 기본”이라며 “군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과 당의 강군사상을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앙군사위 주석과 당 총서기를 겸하고 있는 시 주석은 “전체 군은 당 중앙의 권위와 지도를 결연히 옹호해야 하고 당 중앙 및 중앙군사위의 지휘에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면서 “강군을 만들기 위해선 당 간부의 부패를 없애는 동시에 당이 군에 대해 절대적인 지도력을 갖추고 군은 당의 지도에 절대 충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16일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불량백신 스캔들과 관련, “백신은 인민의 건강과 공공위생안전은 물론 국가안보와도 관계된다”며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특히 이 자리에서 불량백신 관리ㆍ감독 라인에 있던 진위후이(金育輝) 지린(吉林)성 부성장에 대한 면직 등 장관급 인사 7명에 대한 문책 방침을 확정했다.
시 주석이 베이다이허 회의 직후 불량백신 파문을 첫 표적으로 삼았고 곧바로 군 기강 확립에 나선 건 주목할 만하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와 백신 파동으로 베이다이허 회의를 거치며 시 주석의 권력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불량백신 문제를 국가안보와 연결 짓고 중국 정치권력의 절대기반인 군의 충성을 강조한 건 1인 지배체제가 굳건함을 과시하는 의미가 크다.
이런 가운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중국 지도부 내에서 미국의 무역전쟁 도발이 ‘중국 봉쇄전략’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면서 “이에 따라 대미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장기전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를 거치며 사실상 시 주석의 공세적ㆍ팽창적 대외정책에 대한 지지가 재확인됐다는 얘기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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