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JYP) 대표 프로듀서는 2016년 한달 동안 트레일러에서 먹고 자며 중국을 돌았다. 중국에서 활동할 신인 그룹 멤버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이름하여 ‘이상한 아저씨가 왔다’라는 제목의 오디션이었다. 충칭(중경)에서 펑황구청(봉황고성)까지 대도시뿐 아니라 지역 작은 도시에도 갔다. 숨어있는 원석을 찾기 위해서다.
최종 합격한 중국인 연습생은 6명. 10대인 이 6명은 한국으로 넘어와 노래와 춤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이들이 다음달 중국에서 정식으로 데뷔한다. 중국에서 기획한 아이돌그룹 보이스토리다. 한국인 멤버는 단 한 명도 없는, JYP가 처음 만든 순수 중국인 그룹이다. 이와 별도로 내년말 데뷔를 목표로 일본인 멤버로만 꾸려진 걸그룹도 준비 중이다.
K팝 기획사들이 현지화 전략을 바꾸고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해 한국인과 현지인 멤버를 어느 정도 섞어주는 단계를 넘어 현지에서 연습생을 뽑아 데뷔시키는 전략이다. JYP만이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중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NCT 중국’(가명)을 올해 안에 중국에 데뷔시킬 예정이다.
2000년대까지 해외진출은 한국인 멤버로만 이뤄졌다. H.O.T., 원더걸스처럼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뒤 중국, 일본으로 건너가는 방식이었다. 2010년대 중반에는 ‘혼합’ 전략이 나왔다. 외국인과 한국인 멤버를 섞어 국내와 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했다. 일본인 멤버 3명을 내세운 트와이스가 대표적이다. 오직 현지인만으로 팀을 구성하는 건 K팝 해외 진출의 세 번째 단계다.
이런 전략이 나온 건 아무래도 중국과 일본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한령으로, 일본은 혐한 분위기로 한류가 설 자리가 좁아졌다. 현지인으로 팀을 꾸리면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 중국에서 K팝 가수 행사 주선을 하는 한 공연기획자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해결돼도 중국 내 한국 문화 규제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노출을 최대한 피해야 활동이 가능한 상황이라 현지인으로 그룹을 구성하는 전략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인으로 팀을 짜는 전략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씨스타 등을 배출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우주소녀의 중국인 두 멤버 미기와 선의의 중국 현지 활동을 두고 중국의 저우텐엔터테인먼트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해외 현지에서 만든 아이돌그룹이 한국 그룹과 비교해 실력이 떨어지거나 음악의 품질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모 회사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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