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성의 노후 빈곤 문제가 남성보다 심각하고, 이를 위해 연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여성관련 연금정책 평가와 개선 방향’ 심포지엄에서 강성호 보험연구원 사회안전망연구실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성별 수명 격차가 큰 편이라 초고령 독신 여성의 빈곤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의 기대수명(85.2세)은 남성보다 6.2세 많고, 남녀간 결혼연령의 격차가 3~5세임을 감안하면 한국 여성은 10년에 가까운 기간을 노후에 홀로 생활해야 한다. 60세 이상 인구 중 독신 여성의 비율은 71.5%(2015년 기준)다. 여성 1인 가구의 소득은 월 100만원 미만이 절반 이상(56.9%)에 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연금제도는 여성에게 취약한 구조다. 출산이나 육아 등 이유로 경력단절이 많아 연금을 납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영국과 스웨덴 등 유럽 국가의 경우 자녀 양육으로 인해 상실한 소득을 보전해 주기 위해 공적연금의 가입기간을 늘려주고 있다. 일본은 육아휴직 기간에 공적보험의 보험료를 면제하거나 감액하는 등 제도적 배려를 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은 이혼한 여성에게도 남편의 사적연금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퇴직연금 등 연금이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판례가 아직 없다.
강 실장은 “여성에게 유연한 노동시장 여건을 만드는 일도 시급하다”며 “출산ㆍ육아 등에 따른 경력단절 발생을 예방하되, 남성 배우자가 적극적으로 육아와 가사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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