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유로존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2010년부터 구제금융 체제에 돌입했던 그리스가 20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8년간의 구제금융 체제에서 탈출하게 됐다.
이날 유럽안정화기구(ESM)는 그리스가 2015년 8월에 합의한 3차 구제금융안에 따른 개혁조치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마리우 켄테누 ESM 이사회 의장은 성명을 통해 “ESM 구제금융안에 따른 더 이상의 계획이 없으므로, 2010년 이래 처음으로 그리스가 자신의 발로 서게 된다”라며 “이는 그리스 국민들의 놀라운 노력, 현재 그리스 정부의 훌륭한 협력, 그리고 유럽 파트너들의 차관 제공과 부채 탕감 등 지원 덕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ESM은 3차 구제금융 기간 총 619억유로에 이르는 기금을 지출해 그리스의 공공부문 및 은행 자본 재조정을 지원했다. 2010년 1차, 2012년 2차까지 포함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지원한 총금액은 약 2,890억유로(3,300억달러)에 이른다. 클라우스 레글링 ESM 운영국장은 “다른 어떤 나라에도 투입된 적 없는 규모”라고 했다.
구제금융의 대가로 ESM을 비롯한 유럽 관계자들이 매 3개월마다 그리스의 경제개혁 상황을 평가하고 감독했다. 8년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1이 줄었고 실업률은 27%까지 올랐다. 구제금융 체제가 끝났지만 그리스 주민들은 ‘가혹한’ 긴축정책의 여파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년과 2020년에도 경제 구조조정 체제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2019년에도 대규모 감세가 예고돼 있다. 하지만 유럽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대규모 적자재정이 안정적인 흑자로 돌아섰고 실업률도 다시 20% 이하로 떨어지는 등 그리스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의 경제학자 니코스 베타스는 AFP통신에 “매우 강력한 경제성장 추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10년간의 경제 침체로 고통받은 가계들이 계속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장도 “아직 갈 길이 멀다”라면서 “우리가 동의한 바를 다시 뒤집는다면 시장이 우리를 다시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웃국가 터키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경제위기 조짐이 있다며, 여파가 아직 취약한 그리스로 넘어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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