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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국 기업에만 배터리 보조금… 한국 기업 발 묶고 맹추격

입력
2018.08.20 04:40
수정
2018.08.20 07: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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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시장 잠식해 가는 중국 

 공해 감축 이유 전기차 전폭 지원 

 판매가격의 절반가량이 보조금 

 외국산 차별하며 중국 업체 급성장 

 세계 2위 CATL 등 톱 10에 5곳 

 

 #설 자리 좁아지는 한국 기업 

 작고 성능 좋은 삼원계 배터리 

 중국 업계 무섭게 기술 격차 좁혀 

 LGㆍ삼성ㆍ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시장 좁아 해외개척에 진땀 

LG화학 중국 남경 배터리 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LG화학 중국 남경 배터리 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에 지난 5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먀오웨이 중국 공업신식화부 부장(장관)을 만난 후 “중국이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장착된 벤츠 차량을 형식 승인했다”고 밝힌 것이었다. 판매가격의 최대 절반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중국 정부가 보조금 대상 중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제외해왔는데, 종전의 태도를 바꾸는 긍정적인 신호로 업계는 해석했다. 중국의 배터리 보조금 지급 절차는 배터리를 자동차에 탑재해 판매해도 된다는 의미의 1단계 형식승인을 거쳐, 중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 대상 리스트에 오르는 2단계로 이뤄지는데 1단계를 통과한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석 달이 지난 현재까지 한국산 배터리가 중국 시장에서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이 되면 국내 업체들의 중국 진출 문이 열린다는 의미여서 보조금 지급 리스트에 올라가기를 바랐는데, 상황이 달라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정부가 보조금 지급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자국 기업 보호 정책 속에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급성장하며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외국산 제품 차별정책으로 인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올해 상반기(1~6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 CATL은 5713.6㎿h로, 일본 파나소닉(5940.4㎿h)에 이어 2위에 올랐다. 5월까지 집계에서 1위에 올라 업계를 놀라게 했던 CATL이 간발의 차이로 파나소닉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지난해 8.3%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올해 상반기 19.1%로 두 배 넘게 올렸다. 3위인 BYD(3,270.9㎿h)를 비롯해 파라시스, 궈쉬안(國軒), EVE 등 중국 기업이 10위 안에 무려 5개나 포함됐다. 국내 기업 LG화학(2762.6㎿h)은 4위, 삼성SDI(1335.3㎿h)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 파워가 강력한 것은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 정책 덕분이다. 중국은 석유 소비 급증에 대처하고, 심각한 대도시 공해문제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절약형 및 신에너지 자동차 발전계획(2012~2020)’을 실행 중이다. 특히 2015년 5월 시행된 전기차배터리 규범인증제도가 중국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당국은 이듬해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인증 통과기업 57개사를 발표했는데, 최종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외국 배터리 제조기업은 제외됐고, 현재까지 이런 방침이 유지되고 있다. 중국에서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기차 판매 가격의 최대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해 전기차가 57만대 팔려 전 세계 시장(115만대)의 50%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한 중국에서 한국 일본 등 외국산 배터리는 설 자리를 잃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정부는 자동차 업체에 전년 판매한 내연기관 자동차 대수의 10%에 해당하는 전기차를 그다음 해에 의무적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등 전기차 시장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당장 중국 시장 진입이 막힌 것뿐만 아니라, 제품을 차에 탑재해 테스트하면서 성능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그런 기술 개발 기회조차 박탈당해 중국업체에 대한 기술 우위를 지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전지는 양극의 리튬이온이 중간의 통로 역할을 하는 전해액을 지나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하는데, 이때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타고 움직이는 속도가 배터리의 출력을 좌우한다. 음극재는 탄소, 인, 흑연으로 고정돼 있어 어떤 양극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리튬이온 전지의 출력을 결정한다. 중국 업체들은 양극재로 리튬인산철산화물을 사용하는 ‘인산철계(LFP)’ 배터리를 주로 생산한다. LFP 배터리는 안전성이 매우 높지만, 에너지밀도가 낮아 부피가 커지고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단점이 있다.

반면 기술력이 앞선 한국과 일본은 니켈-코발트-망간(NCM)으로 구성된 양극재를 사용한 ‘삼원계’ 배터리가 주력 제품이다. 이 제품은 에너지 밀도가 높아 한번 충전 시 주행거리가 훨씬 길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삼원계가 약 80%, LFP는 20%의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업체들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NCM’ 배터리 생산 비율을 높이고,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2016년 6월에는 국제전기차배터리혁신센터(NABIC)도 설립했다.

중국 업체 중에서도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CATL은 위협적인 존재로 꼽힌다. 중국 푸젠성에 본사를 두고 있는 CATL은 2011년 중국 배터리 제조사 암페렉스테크놀로지(ATL)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분사해 설립된 신생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1위를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모회사인 ATL은 애플 아이폰에 10년 넘게 주요 스마트폰 배터리를 공급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회사다. LG화학 관계자는 “CATL의 모회사인 ATL이 2005년 일본 전자부품 업체 TDK에 인수된 이후 CATL은 일본 기술의 도움으로 한국과의 배터리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 진입이 막힌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들은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미국 유럽 등으로 돌려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시장은 정부의 전기차 육성 정책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더디고 척박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신규 전기차 판매가 1만대를 돌파(1만3,826대)했지만, 국내 보급된 전기자동차(누적)는 2만5,593대에 불과하다. 2022년 35만대 보급이란 정부 목표에 한참 모자란다. 급속충전소도 지난해 기준 933개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확대돼야 배터리 업체들도 국내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지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데, 국내 시장이 워낙 작아 그렇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지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한 물량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유럽 쪽에 납품하고 있다”며 “유럽의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그나마 한숨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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