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박 답변서 공개
한국 정부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ISD)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엘리엇이 한ㆍ미FTA(자유무역협정)에 근거해 낸 중재신청서에 대해 지난 13일 제출한 정부 답변서를 17일 공개했다. 한국 정부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광장 등은 우선 답변서를 통해 “엘리엇이 주장한 7억7,000만달러(8,700억여원)의 손해액 산정 근거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고 맞섰다.
정부 측은 이어 정부의 위법한 조치로 문제되는 삼성 합병이 제안됐다거나 그 합병안이 통과되기에 충분한 주주 찬성을 받았다는 엘리엇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국민연금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가 어떻게 한국의 협정 의무 위반인지 설명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엘리엇이 ISD에 나선 배경이 된 국정농단 사태 관련 한국 형사법원의 하급심 판결문은 한국이 협정상 의무를 위반해 합병을 통과시켰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에선 합병에 관해 삼성의 명시적ㆍ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점 등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선 삼성의 승계 작업, 특히 합병에 관한 청탁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점 등을 강조했다. 정부 측은 “엘리엇은 청구서면 등에서 삼성 재판 1심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도와줄 것이란 기대로 뇌물을 공여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주장했지만 2심이 그 판단을 뒤집은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신 한국의 민사 법원은 합병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합병 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한 점을 반박 근거로 들었다.
정부는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 중재규칙에 따라 중재판정부 구성 전 청구인인 엘리엇에게 우리 측 담당자 연락처와 중재통보 기재 내용에 관한 초기 답변을 보내는 서면”이라고 답변서 제출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캐나다 국적의 크리스토퍼 토마스 변호사를 중재인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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