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터키에 추가 제재 경고
“목사 석방하라, 대가는 없다”
터키, 리라화 회복세지만 불안
“맞대응” 응수 속 돌파구 모색
전문가들 “터키, 혹독한 시험대
결국 브런슨 목사 풀어줄 것”
미국과 터키를 이끄는 두 스트롱맨의 자존심 싸움이 끝날 줄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속적인 압력과 경제제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터키 재무부가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리라화의 가치는 다소 상승했지만, 미국 재무부에서 추가 제재를 시사하면서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터키는 수년간 미국을 이용해 왔고 지금은 우리의 훌륭한 기독교 목사(앤드루 브런슨)를 붙잡고 있다”며 “죄 없는 이를 위해 어떤 돈도 지불하지 않겠다. 오히려 터키와의 거래를 축소할 것(cut back)”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브런슨을 빨리 석방하지 않으면 더 많은 (제재)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루흐사르 페크잔 터키 통상장관은 17일 “미국이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응수하며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추가 압박 때문에 불안감은 여전하다. 16일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은 공개 회견을 통해 재정 지출을 억제하고 외국인 직접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16일 달러당 5.8리라까지 회복한 리라화 가치는 미국의 압력 탓으로 17일 다시 달러당 6리라 전후까지 떨어지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름대로 반미제재 연대를 구상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15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1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수장들과 잇따라 통화했다. 이브라힘 칼린 터키 대통령 대변인은 “터키,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의 제재와 고율 관세를 반대하는 데 있어서 입장이 같다”고 주장했다. 앞서 15일 카타르는 터키에 150억달러 신규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지난해 외교 고립에 처한 카타르가 터키의 도움을 받은 데 대한 보답이다.
그럼에도 서방의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위기에 몰린 터키가 결국 브런슨 목사의 신병을 미국에 넘겨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알바이라크의 조치는 임시방편에 가깝고 결국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경제 난국도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애버딘스탠다드의 펀드매니저 케빈 데일리는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알바이라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지만 여전히 국가 경제 전망은 브런슨의 운명에 달려 있다”라며 “터키의 (경제적) 내구력이 혹독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일원으로 러시아 견제나 이슬람국가(IS) 등과의 전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온 터키와 완전히 손을 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미 나토 동맹국을 흔들고 러시아와 손잡는 등 예측불허한 외교를 구사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이를 확신하기도 어렵다. 워싱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터키 전문가 애런 스타인은 “미국의 터키를 향한 압박은 지금까지 별로 강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라며 “지금은 바람 앞 촛불이던 터키 경제에 트럼프 대통령이 입김을 세게 불어버린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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