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때문에 갈등을 빚다 동료를 살해한 뒤 시신을 태워 소각한 환경미화원(본보 7월 10일자 9면)이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부장 박정제)는 17일 강도살인과 사기,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환경미화원 이모(49)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4월 4일 오후 7시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자신의 원룸에서 동료 A(58)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이튿날 시신을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장에 버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시신을 대형 비닐봉지 15장으로 겹겹이 감싸 일반 쓰레기로 위장한 뒤 쓰레기 차량으로 수거, 소각장에서 불태웠다.
그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A씨가 허리디스크에 걸린 것처럼 위조된 진단서와 휴직계를 작성해 관할 구청에 제출하고 A씨의 자녀들에게 정기적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생활비를 송금하는 등 치밀하게 행동했다.
그는 생전 A씨에게 1억5,000만원가량 빚졌으며 범행 직후인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A씨 명의로 저축은행 등에서 5,300만원을 대출받는 등 3억원 가량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낸 이들은 모두 이혼한 뒤 혼자 사는 등 공통점이 많으면서 친하게 지내왔다.
범행은 A씨 아버지가 지난해 12월 “아들과 연락에 닿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각됐다. 가출사건으로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A씨의 카드를 이씨가 사용한 점, 소환조사에 불응하고 잠적한 점 등을 수상히 여겨 이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4개월간 추적 끝에 검거하고 사건 전모를 밝혀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겁을 주려고 A씨의 목을 졸랐을 뿐 죽이려고 했던 건 아니다”고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씨가 금전적 갈등으로 인해 A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강도살인과 사기, 사체은닉 등 총 8가지 혐의를 적용해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뉘우치거나 후회하는 모습을 피고인에게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아버지를 잃고 시체마저 소각해 합당한 장례도 치르지 못한 유족들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데 피고인은 피해복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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