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극동택시 김영신씨
“저출산 시대 임신부에 격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임신부 감동 준 택시기사님’이란 사연이 회자되며 화제를 낳았다. 한 임신부가 택시에 탔는데, 나이 지긋한 기사님이 택시비를 받지 않고 오히려 ‘순산을 기원합니다’란 글귀가 적힌 흰 봉투를 건네더라는 이야기다. 봉투에는 현금 1만원이 들어있었다.
미담의 주인공은 부산 영도구 청학동 극동택시에서 일하는 김영신(75)씨. 김씨의 택시에는 언제나 이런 봉투가 10장 가량 준비돼 있다.
16일 김씨에게 사연을 물었더니 “아이를 많이 낳지 않은 저출산 시대, 임신부를 만나면 반갑다. 택시에 타는 임신부들만이라도 부담 없이 목적지에 데려다 주고 싶은 마음에 택시비를 받지 않고 봉투를 건넨다”고 설명하며 쑥스러워했다.
김씨가 이런 선행을 베푼 건 5년 전 택시 핸들을 잡고부터다. 전남 장흥이 고향인 김씨는 20대 때 일자리를 찾아 부산으로 와 줄곧 관세사사무소에서 일하다 퇴직, 10년을 쉬다 5년 전 소일 삼아 택시회사에 입사했다.
한 달에 김씨의 택시를 타는 임신부들은 3∼4명 정도. 인구 절벽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 김씨는 처음엔 무료운임 서비스에다 ‘순산을 기원합니다’라고 쓴 봉투에 5,000원을 담아 임신부에게 건넸다가 지난해부터 1만원으로 올렸다.
물론 예기치 않은 김씨의 호의에 손사래를 치며 택시비를 내겠다는 임신부들이 많다. 하지만 볼펜으로 직접 쓴 격려의 봉투를 보고는 이웃 어르신이 주는 선물로 치고 기꺼이 받는 경우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그는 임신부를 위한 국가 지원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김씨는 “대중교통의 임신부석이 늘어나고, 택시비 지원 등의 혜택이 생겨 몸이 무거운 임신부들이 마음 편히 이동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매년 10월 10일이 임산부의 날인데 택시에 타는 임신부나 젊은 엄마들 대부분이 모르는 것 같다”며 “이날에는 임신부를 위한 할인 행사나 작은 선물이라도 주어지면 기념일이 더 뜻 깊어질 것”이라고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부산=목상균 기자 sgm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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