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유수경의 WHO ①] 이정재, 욕망의 젊은 남자→염라대왕 되기까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유수경의 WHO ①] 이정재, 욕망의 젊은 남자→염라대왕 되기까지

입력
2018.08.16 15:08
수정
2018.08.16 15:23
0 0
이정재.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정재.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관리가 힘'이라는 말이 정석으로 통하는 연예계에서 젊은 시절의 미모(?)를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야속한 세월을 탓하기보다 주름마저도 멋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롱런의 비결일 게다.

이정재는 나이가 들수록 빛이 나는 배우다. 지난 1993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데뷔 26년차 배우가 됐다. 다수의 영화 관계자들은 20대의 이정재도 매력적이었지만, 40대의 이정재에게는 따라잡을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고 말한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이정재는 "인생작을 몇 개만 꼽아달라"는 요청에 "모든 작품들이 나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 거 같다. 실패한 영화조차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며 "인생작을 직접 고르기가 너무 힘드니 대신 골라달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 당시 '젊은 남자' '정사' '태양은 없다'도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이고 캐릭터죠. 그 이후로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가 생길 때마다 너무 감사하고, '이정재라는 배우가 운도 좋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최근 들어서는 '하녀'도 있고 '도둑들' '신세계' '관상' '암살'도 있죠. 이번 '신과 함께'의 염라대왕은 작은 역인데도 불구하고 좋게 봐주시니 제 입장에서는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젊은 남자’ 스틸
‘젊은 남자’ 스틸

 ▲눈빛이 남달랐던 '젊은 남자'(1994) 

1994년 배창호프로덕션에서 제작한 '젊은 남자'는 부와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한 한 남자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다.

이정재는 주인공인 삼류 모델 이한을 연기했다. 성공과 부를 누리기 위해 최고의 모델이 되길 꿈꾸는 남자다. 허영심이 가득한 한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을 미련 없이 관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 많은 여성을 유혹하기도 한다.

그렇게 한탕을 노리던 한에게 재이(신은경)가 접근한다. 재이 역시 허영심 가득한 대학생으로 첫눈에 반한 한과의 만남을 유지하기 위해 도둑질을 해서 그와의 관계를 이어간다. 그러다 한은 자신의 이상형 승혜(이응경)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도움으로 모델로서 성공의 기회를 잡게 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벌였던 일에 발목을 잡히고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젊은 남자'는 1994년도 올해의 좋은 영화로 선정됐으며, 제31회 백상예술대상과 제33회 대종상 영화제, 제16회 청룡영화상과 제15회 한국영화평론가상에서 이정재가 남자신인상을 석권했다.

이듬해 이정재는 고현정, 최민수 주연의 드라마 '모래시계'를 통해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다. 당시 이정재가 맡은 백재희 역은 대사가 별로 없었지만, 과묵한 캐릭터가 오히려 '신의 한수'가 됐다.

이미숙과 이정재. ‘정사’ 스틸
이미숙과 이정재. ‘정사’ 스틸

 ▲파격적 멜로 연기 '정사'(1998) 

이정재는 '모래시계' 이후 남성성이 주된 작품을 의식적으로 피했다고 고백한다. 그가 대신 선택한 장르가 멜로나 코믹 영화다.

또한 이 시기는 이정재에게 개인적인 힘든 일도 많은 때였다. 그는 "군 제대 후 경제난에 가정 불화까지 겪었다"며 "슬럼프 시기라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와도 연기를 못 하겠단 생각이 들어 고사했었다"고 밝혔다.

이정재의 슬럼프를 극복하게 해 준 작품이 바로 '정사'다. 이정재는 "당시 이미숙씨의 에너지를 많이 받아 슬럼프를 빠져나가는 계기가 됐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정사'는 10살 아들을 둔 유부녀 서현(이미숙)이 11살 연하 남자 우인(이정재)와 불륜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부유한 가정 주부인 서현 앞에 동생의 남자친구인 우인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서로의 강렬한 매력에 빠져든다.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접어든 서현과 우인을 연기한 이미숙과 이정재는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영화를 더 매력적으로 완성시켰다. 이재용 감독은 금지된 관계에서 벌어지는 베드신을 절제미를 과시하며 그려냈다. '조선남녀상열지사 스캔들' '다세포 소녀' 등을 연출한 이재용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태양은 없다’ 스틸
‘태양은 없다’ 스틸

 ▲절친과 운명적 만남 '태양은 없다'(1999) 

정우성과 이정재에게 '태양은 없다'는 무척 특별한 작품이다. 평생 친구를 만나게 해줬기 때문. 지금까지도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두 사람은 이제 회사(아티스트컴퍼니)에도 함께 몸 담고 있다.

'태양은 없다'에서 정우성은 권투선수 도철, 이정재는 야망남 홍기를 연기했다. 도철은 후배 성훈에게 KO패를 당한 후 권투를 그만두고 관장의 소개로 흥신소에 나간다. 거기에서 같은 또래의 홍기를 만나는데, 그는 압구정동에 있는 30억원짜리 빌딩주인이 되는 것이 꿈이다.

도철은 홍기가 매니저를 맡고있는 내레이터모델 미미(한고은)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스타가 꿈인 그녀는 도철의 마음을 거절한다. 어느날 홍기가 도철을 속이고 흥신소 돈을 빼돌리자 도철은 모든 것에 대한 상실감을 느끼고 다시 링 위에 선다.

이정재는 '태양은 없다'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영화를 만드는 일이 이렇게나 재밌단 걸 처음 알았던 때"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관상’ 스틸
‘관상’ 스틸

 ▲분량과 존재감은 비례하지 않는다..'관상'(2013) 

'관상'에서 이정재는 수양대군 역을 맡았다. 송강호, 조정석, 김혜수 등과 함께 출연한 이 영화에서 이정재의 분량은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캐릭터는 강렬했고,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는 명대사도 남겼다.

영화는 흥행에도 성공했다. 913만 5806명을 동원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초호화 캐스팅으로 사극판 '놈놈놈'으로 불리기도 했다.

'관상'은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왕위 찬탈을 노리는 수양대군과 이를 막으려는 김종서 사이에 조선최고 관상쟁이가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일부 관객들은 당초 수양대군으로 출연한 이정재의 분량이 편집과정에서 많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이정재 분량을 늘려달라며 '이정재 버전' 상영을 요구하기도 했다.

‘암살’ 스틸
‘암살’ 스틸

 ▲캐릭터를 위한 극한의 노력 '암살'(2015)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1270만 6663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역대 영화 흥행 순위 9위에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안았다.

이 영화에서 이정재는 대충 틀어 묶은 상투머리에 쇳소리처럼 쉰 저음을 내며 완벽하게 염석진 캐릭터에 빙의했다. 그리고 또 한 번 명대사들을 낳으며 존재감을 입증한다. 극한의 체중 감량도 화제가 됐다.

이정재는 "캐릭터에 접근할 때 정서를 최대한 많이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다. 내가 맡은 염석진 역할은 예민한 성격의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서 체중 감량을 했다. 15kg 정도를 줄였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동료 배우들이 모여서 맥주를 마실 때도 혼자 꿋꿋이 참아낸 이정재는 '암살'에서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를 공개하며,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했는지를 증명한다.

‘신과 함께’ 스틸
‘신과 함께’ 스틸

 ▲그리고...'신과 함께' 염라대왕을 만나다(2017-2018) 

지난해 144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의 엔딩 크레디트에 이정재는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김용화 감독의 요청을 얼떨결에 수락했는데, 역할이 염라대왕으로 바뀌면서 분량이 확 늘어났다. 그야말로 '특별출연의 좋은 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정재는 "특별출연임에도 불구하고 30회차 촬영을 했다고 알려졌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헤어 메이크업 테스트까지 합치면 한 30회 정도 될 거다. 어쨌든 많은 거긴 하다"라며 웃었다.

그는 "특별출연 이런 얘기가 붙지만 사실은 조연이다. 완벽한 조연이다. 김용화 감독이 (나를) 조연으로만 하기 싫으니까 본인이 배려를 한 거다. '신과 함께' 팀 내에서 배려를 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정재는 "3·4편이 제작되고 또 염라대왕 역을 준다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2부인 '신과 함께-인과 연'은 지난 1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로써 '쌍천만' 영화 등극에 성공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