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연한 원격 내시경 수술 로봇을 이용해 살아 있는 동물의 쓸개를 절개하는 데 성공했다. 암 치료와 관련한 수술비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이스트는 기계공학과 미래의료로봇연구단이 개발한 원격 내시경수술로봇 ‘케이-플렉스’가 지난달 17일 돼지의 쓸개를 절개하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진은 돼지 배 절개 부위에 다양한 방향ㆍ각도로 휘어지는 유연한 내시경 수술로봇을 삽입한 뒤 수술부위인 간과 쓸개로 로봇을 접근시켰다. 이후 내시경 로봇에서 나온 지름 3.7㎜의 소형 수술도구가 간을 젖혀 수술을 위한 시야를 확보한 다음, 간과 쓸개 사이를 절개했다.
돼지는 사람과 장기가 가장 비슷한 동물이고, 쓸개 절제는 외과에서 흔한 수술 부위다. 모든 수술 과정은 국립암센터 의사들과 함께 내시경 앞부분에 설치된 카메라가 송출한 돼지 신체 내부 영상을 연구진이 보면서 원격 조종으로 이뤄졌다.
이미 상용화한 수술 로봇은 구부러지지 않는 수술도구를 이용하기 때문에 복부에 3, 4개의 구멍을 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반면 케이-플렉스는 외부절개 없이 내부절개만으로 수술할 수 있어 출혈량, 세균 감염, 합병증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케이-플렉스는 입이나 항문, 요도 등 몸에 있는 통로를 따라 몸속을 뱀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며 신체 내부를 관찰하고, 이상이 있는 경우 손가락처럼 생긴 초소형 로봇 팔이 나와 수술을 진행한다.
또 유연 수술 로봇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내시경을 제외한 모든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이번 기술은 지난 6월 29일 영국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열린 ‘수술 로봇 챌린지 2018’에서 각국의 수술로봇을 제치고 ‘베스트 어플리케이션ㆍ오버롤 위너’ 상을 동시 수상했다. 베스트 어플리케이션 상은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로봇에게 수여된다. 오버롤 위너는 이 대회에서 수상한 3개 로봇 중 총점이 가장 높은 로봇에게 주어지는 대상이다.
케이-플렉스를 개발한 권동수 교수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연성 내시경 시장의 국산화에 물꼬를 튼 것”이라며 “살아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수술에 성공해 임상 적용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암 수술은 고가의 로봇이 주로 하고 있는데 비교적 저렴한 유연 내시경수술 로봇을 이용하면 수술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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