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생 김지훈(26)씨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낡은 휴대용 게임기 사진을 ‘#유물’ ‘#유물발굴’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올렸다. 얼마 전 집에서 물품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휴대용 게임기는 초등학생 때 갖고 놀던 물건이다. 오래 전 물건이지만 배터리를 교체하고 전원을 켜보니 여전히 작동이 잘 됐다. 김 씨의 게시물에는 당시를 추억하는 지인들의 댓글이 꽤 많이 달렸다.
요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서는 ‘#유물발굴’, ‘#유물’ 등의 해시태그를 이용해 오래된 물품의 사진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다. 올라오는 사진들은 실제 유물이 아니라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사람들의 오래된 추억을 자극하는 물품들이다. 인스타그램에 ‘#유물’ 혹은 ‘#유물발굴’로 검색하면 2만여 개 이상의 게시물이 나온다. MP3부터 과거에 발급 받은 자격증, 판촉물로 나눠줬던 컵, 오래된 필름 현상 사진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이렇게 올라온 ‘유물’들은 추억 공유를 넘어 희소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중고 거래까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 판촉물로 제공된 ‘빈티지 컵’이 가장 인기있다. 1980~90년대 음료회사에서 제공한 판촉용 컵들은 현재 단종됐다. 이 컵에는 요즘 잘 사용하지 않는 글자체와 오래된 로고가 붙어 있다. 그러나 오히려 오래된 점이 매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판촉용 컵 중에 희소성이 높은 물품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개당 5만원 이상에 거래된다.
빈티지 소품을 활용한 카페도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시 중구에서 빈티지 소품을 이용한 카페 ‘카페 문’을 운영하는 공동대표 김송이씨는 “40대 이상뿐 아니라 20대의 젊은 층도 가게를 많이 찾아온다”라며 “젊은 층들은 빈티지 컵 같은 오래된 물품에서 신선함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기업들도 ‘유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닌텐도는 1980년대 최고 인기였던 게임기 ‘패밀리 컴퓨터’를 2016년 말에 새롭게 출시했다.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살리고 크기를 줄인 이 제품은 ‘클래식 패밀리 컴퓨터’라는 명칭으로 발매됐다. 이 게임기는 발매 4일만에 36만대 이상 팔렸고 요즘 품귀현상이 일어나 웃돈 거래된다. 한때 닌텐도와 함께 게임기 시장을 주도했던 게임업체 세가와 아타리에서 오래전에 내놓은게임기들도 다시 발매 예정이다.
이영석 인턴기자(숭실대 경제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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