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중 한국대사관 광복절 행사
김산ㆍ김동진 선생 등의 후손 초청
#
신채호 선생 며느리 이덕남 여사
“현충원 반민족 행위자 걸러내고
애국지사 후손 제대로 예우해야”
“적폐청산이라면 맨 처음 해야 할 게 바로 친일청산 아닌가요. 이제라도 독립운동사를 왜곡하고 국립 현충원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반민족 행위자들을 걸러내고 애국지사들과 그 후손들을 제대로 예우해야 합니다.”
애국지사 단재 신채호 선생의 며느리 이덕남(74) 여사는 단호했다. “해방 이후 친일파들은 앞다퉈 건국공로훈장을 받으며 독립유공자로 가면을 바꿔 썼지만 독립운동에 온 몸을 던져 투신한 애국지사들과 후손들은 심지어 국적조차 없이 비참한 삶을 이어가야 했다”고 말할 때는 수화기 너머 굳은 표정이 읽히는 듯했다.
광복 73주년을 맞은 15일 이 여사는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독립운동가인 시어머니 박자혜 여사가 남편이 14세가 될 때까지 아버지가 단재 선생이라는 사실을 숨긴 일화를 거론하며 “해방 이후에도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독재정권의 끊임없는 감시와 탄압 속에서 살아야 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광복이 됐다지만 수많은 애국지사들은 한국 정부에 의해 이미 두번 세번 죽음을 당했다”면서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친일잔재를 제대로 청산해야 하고 그래야 우리 민족에게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여사는 이어 운암 김성숙 선생의 자손들과 님 웨일즈의 소설 ‘아리랑의 노래’의 주인공 김산(본명 장지락) 선생의 자제들이 중국에선 모두 학자와 관료 등으로 안정된 삶을 살았다는 점을 들어 “특별히 뭘 해달라는 게 아니다.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서 애국지사와 그 후손들을 합당하게 예우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여사는 이날 주중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광복절 73주년 경축행사에 초청을 받았지만 몸이 불편해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김산 지사의 아들이지만 모친의 재혼으로 성이 바뀐 고영광(81) 선생,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원으로 활동했던 김동진 선생의 딸 김연령(63) 여사와 종손 곽재호(15)군,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정율성 선생의 딸 정소제(75) 여사 등 일제강점기 중국에서 항일투쟁에 앞장섰던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 여사는 “73년 전 오늘 광복을 맞은 것은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독립운동가들은 중국에서도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광복 때까지 싸워왔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복을 위해 선열들이 기울여온 모든 노력을 영원히 기억해야 더 나은 미래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영광 선생도 “광복 73주년이라는 것 자체가 한민족에겐 큰 일이고 경사”라며 “이런 행사에 참석할 수 있어서 매우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남북 정상이 이미 두 번 악수했고 오는 9월에 제3차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면서 “이는 한민족에게 매우 뜻 깊은 일이고 이를 100% 지지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