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물에 무선단말기 부착
위치ㆍ가동사태ㆍ훼손여부 감지해
관리 실효성ㆍ안전성ㆍ신뢰 확보
“中企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 불구
부대 비용ㆍ한정된 담보 범위 한계
은행들이 기계, 재고 등을 담보로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동산담보대출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특히 분실이나 도난, 고장 위험 등으로 담보 관리가 어렵다는 제약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극 동원되고 있다. 부동산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자금 활로를 열어줄 기회라는 평가 한편으로, 담보 적용 대상이 한정된 탓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20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신한 성공 두드림 동산담보대출’을 출시한다. IoT 기술을 활용해 담보물의 위치 정보와 가동 상태 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담보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상품으로, 재고자산 담보 인정 대상도 기존 원재료에서 반제품 및 완제품으로 확대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담보관리의 실효성과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도 지난 5월 IoT 기반의 ‘스마트 동산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2012년 동산채권담보대출을 출시했던 기업은행은 동산담보에 IoT를 접목한 이 상품을 새로 내놓으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스마트 동산담보대출은 출시 3개월이 채 안된 지난 10일까지 138억원의 대출을 제공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IoT 기술을 접목한 동산담보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동산담보대출은 토지, 건물 등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담보대출과 달리, 기업이 보유한 기계설비, 재고자산, 농축수산물, 지식재산권(IP) 등을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상품이다. 2012년 1월 관련법 개정 이후 같은해 8월 상품이 출시 됐지만 부동산과 달리 담보물의 가치 평가가 쉽지 않고 분실, 도난 등 위험 관리가 어려워 은행들이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기업이 은행 모르게 담보 물건을 경매로 처분하거나 중복담보를 설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제도적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2014년 5,540억원이던 동산담보대출 규모는 올해 3월 기준 2,051억원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그러나 담보 관리의 한계를 IoT 기술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개발되면서 은행들은 관련 상품 출시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예컨대 담보물에 IoT 기술을 이용한 무선 단말기를 부착하면 은행원이 직접 현장을 지키지 않아도 담보물의 위치 정보나 가동 상태, 훼손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고, 위험 상황 발생시 담당자에게 즉각 통보된다.
동산담보대출이 활성화되면 그간 부동산 담보가 없어 연구개발(R&D) 투자나 운용자금 대출이 쉽지 않았던 중소기업들이 기술 자산을 담보로 대출 받을 수 있어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실제 중소기업 자산은 동산(38%)이 부동산(25%)보다 많지만 은행에서 동산담보대출을 꺼리는 탓에 담보대출의 93.9%가 부동산으로 이뤄졌다. 중소기업 자산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계나 설비 등은 대출담보로 극히 일부만 활용돼 온 것이다.
정부도 동산담보대출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부동산담보대출에 편중된 기업대출시장 확대 차원에서 동산담보대출 시장을 3년 내 3조원까지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동산은 중소기업 자산의 큰 부분을 차지해 부동산이나 인적 담보를 보완할 새로운 신용보강 수단으로 잠재력이 높다”며 “창업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없지 않다. IoT 기술 활용으로 이전보다 담보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은행 입장에선 센서 단말기 구입, 시스템 관리 등의 부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담보 범위가 한정적인 것도 문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나마 공장 기계에는 IoT 센서를 부착하는 게 가능하지만 유통ㆍ서비스업에서는 담보물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분실이나 훼손 같은 위험이 줄어들더라도 감가상각 평가 등의 어려움이 여전해 이에 대한 해결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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