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차량 20여대 휘말려
대부분 90m 아래 철로에 추락
원인 불분명 속 사상자 늘 듯
이탈리아 북서부 도시 제노바의 산업지대에서 고속도로와 연결된 다리 일부가 붕괴돼 수십명이 사망했다고 이탈리아 언론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소방당국에 따르면 14일 정오쯤(현지시간ㆍ한국시간 오후7시) 제노바에 있는 A10 고속도로와 연결된 모란디 다리 대략 80m 구간이 무너졌다. 당국 관계자는 AFP통신에 “다리 대부분은 90m 아래 있는 철도 위로 떨어졌고, 차와 트럭도 함께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한 소방관은 이탈리아 RAI방송에 차량 20여대가 붕괴에 휘말렸다고 말했다.
사고 후 현장 수습이 진행되면서 확인된 피해자의 수도 시시각각 늘어나고 있다. 제노바가 위치한 리구리아주정부는 사고로 최소 3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앞서 AP통신은 이탈리아 교통부를 인용해 최소 22명이 숨졌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일부 이탈리아 언론은 잔해 아래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AP통신은 현장에 파견된 소방관들이 강한 폭풍 속에서 생존자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 현장 인근에 있던 버스 운전사 알베르토 레르카리는 밀라노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비명 소리가 들렸고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맨발로 내게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끔찍한 광경이었다”라고 했다. 다닐로 토니넬리 이탈리아 교통장관은 트위터에 “엄청난 비극으로 보이는 사건을 우려 속에 주목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급히 제노바로 향해 14일 내내 사고 현장을 지켰다.
1967년 완공된 모란디 다리는 해안 도시 제노바의 공업지대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로 총 길이는 1.1㎞ 남짓이다. 별명은 ‘브루클린 브리지’인데, 미국 뉴욕에 있는 유명한 사장교(斜張橋ㆍcable-styled bridge)와 형태가 유사하기 때문이었다. A10 고속도로는 ‘리비에라’라는 명칭으로 유명한 프랑스 남서부와 이탈리아 서부 해안선을 연결하고 있어, 이탈리아의 대형 휴일인 성모 마리아 승천 대축일 ‘페라고스토’(8월 15일)를 앞두고 다수 차량이 이용하고 있었다.
사고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ANSA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당국자들은 다리가 구조적 약점 때문에 붕괴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한 고속도로 관리자는 모란디 다리가 2016년 구조 개선 공사를 거쳤으며 사고 당시에도 기초 강화 공사가 진행 중이라 상시 모니터링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