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매년 플러스 기록
올해도 국내 주식시장 빼곤 선방
재정 고갈 문제 계속 제기는
5년마다 재정추계 재계산 때문
“정부가 국민연금을 쌈짓돈처럼 쓰니 재정이 거덜나지. 그래 놓고 더 내고 늦게 받으라고? 어차피 못 받을 돈, 그동안 내가 낸 거나 돌려주고 없애버려라!”
오는 17일 제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발표와 함께 공개되기로 했던 국민연금 재정계산ㆍ제도발전위원회의 제안 일부가 최근 흘러나오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동의 없는 연금개혁은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아직도 국민연금과 관련한 기사에는 영락없이 위와 같은 내용의 댓글이 달린다. 일부 언론은 올해 상반기 수익률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이 같은 불안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14일 국민연금공단 웹사이트에 공시된 운용성과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주식 운용수익률은 -1.19%로, 올 들어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를 소폭(0.93%포인트) 하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국내주식시장이 나빴던 것이 1차 원인으로, 해외주식과 국내채권, 해외채권 등은 모두 선방하고 있어 전체 수익률은 0.49%다.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이었던 지난해에는 국내주식부문에서 시장 대비 2.23%포인트 높은 26.31%의 수익률을 거둬, 총 기금수익률이 7.26%에 이르렀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수익률은 매년 플러스를 기록했고, 1988년부터 현재까지의 누적 수익금은 303조원에 이른다. 기금 운용수익률이 나쁘면 기금 총액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재정 고갈 추계 연도가 앞당겨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간의 믿음처럼 수익률 때문에 재정이 고갈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재정 고갈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것은 5년마다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추계를 다시 계산해 발표하고 재정 안정화 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국민의 머릿속에 ‘국민연금’ 하면 ‘재정 고갈’이 떠오를 정도가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날 “과거 5년마다 반복된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단순히 기금고갈 시점을 연기하거나 기금 규모를 키우는 데 논의가 집중돼 왔다”면서 재정안정화 중심의 논의가 오히려 연금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고 비판했다.
물론 현재 6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기금은 앞으로 수령 대상 인구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설사 재정 고갈이 일어난다고 해도 국민연금을 ‘어차피 못 받을 돈’이라고 치부해선 안 된다. 국민연금은 국민에게 의무 적립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연금을 지급할 책임이 정부에게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처럼 그해 걷은 돈으로 그해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 방식’으로 전환한 곳이 많다. 다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이 변수다.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젊은 세대에 과도한 부담이 지워질 가능성이 높아, 최근 논란이 된 ‘더 내고 늦게 받는’ 방식의 재정안정화 방안이 거론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는 17일 재정추계 발표에서 시작되는 국민연금 재정개선방안 논의에서 지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8세로 상향조정하는 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적다. 14일 박능후 장관은 세종시 복지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부분을 확실하게 밝혔다. 박 장관은 “3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통해 2033년까지 지급 개시연령을 65세로 연장하기로 하고 현재 시행 중”이라며 “아직 65세 연장도 안 된 상태인데, 68세(연장)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사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