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인구 관점에서 본 미래대비 핵심과제는 노년의 삶이다. 은퇴 후 삶이 길어지면서 노년의 삶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의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9.6%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다. 퇴직은 일찍 하는 반면 국민연금은 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6년 생명표 상 40세는 평균 83세까지 산다고 한다. 실제 우리의 퇴직연령이 50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대략 30년 벌어 쓰고 남은 돈으로 30년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설사 60세 정년까지 버틴다 해도 23년을 소득 없이 살아야 한다.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지금은 65세이나 최근 논란처럼 향후 늦춰질 수도 있다. 연금액도 많지 않아 사적연금을 포함해도 가입 기간 중 소득평균의 39%에 불과하다. 그나마 40대 근로자의 29%는 국민연금에 미가입 상태다. 60세 이상에서는 92.5%가 미가입이다. 국민연금을 일찍, 많이 주면 좋겠으나 연금재정 구조상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많이’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연금이 존중 받고 발전할 수 있다. 단, 수급연령을 늦추는 방안은 정년연장과 동시에 논의되어야 한다. 빠르면 50세 전후에, 아니면 60세에 직장을 떠나는 마당에 65세도 아니고 68세까지 국민연금을 기다리라는 것은 무책임하다.
결국 노인빈곤은 더 오래 일하는 것으로 풀어야 한다. 이는 감소하는 인구추세에도 부합한다. 근로자도 원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17년 설문조사에선 노후에도 근로를 희망한다는 응답이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82.5% 내외로 나왔다.
정년연장을 준비해야 한다. 단순한 노인취업 확대도 필요하나, 노인빈곤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에선 공무원이 60세 퇴직 후 1년 단위 계약으로 65세까지 일하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급여가 낮아 최근 65세로 단계적 정년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15년 공무원 조직에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정년연장에는 세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째는 임금제도이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 가는 호봉제를 유지한 채 정년을 연장하면 이는 사용자에게 엄청난 부담이 된다. 정년연장 하려면 호봉제를 포기해야 한다. 최근 금융노조는 60세에서 63세로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도 55세에서 58세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호봉제를 유지하고 피크연령까지 따라 올린다는 의욕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지켜 볼 일이다.
둘째는 청년실업이다. 통계청은 2018년 5월 15~29세 실업률이 2000년 이후 최고치인 10.5%라고 발표했다. 체감실업률은 23.2%에 달했다. 경총에 의하면 최근 10년 사이 50대 임금은 46% 증가했으나 20대의 임금상승은 31%에 그쳤다고 한다. 청년과 노인의 일자리가 어느 정도 상충되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정년연장을 하면서 청년과 상충성이 적은 고령자 직무개발, 재교육에 더 노력해야 한다. 한편 지금은 청년실업이 최고조인 시기이다. 연간 출생자 수가 1990년까지 65만 명을 넘지 않다가 1991~95년 사이에 70~73만 명으로 급증했는데 이들이 지금 노동시장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출생자 수는 2002년 이후 매년 50만 명 이하로 급감한다. 이들이 노동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3년 후부터 청년실업은 다소 완화되어 갈 것이다. 지금부터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와 준비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민간부문으로의 확산이다. 지금도 민간에선 정년 60세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민간으로의 확산 없이 공공부문만 정년연장할 경우 세금 쓰는 분야만 혜택을 누린다는 지적이 나오게 된다. 따라서 민간부문이 자율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도록 정년 연장에 따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년연장 논의를 시작하자.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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