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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남수단, 내전만 끝난다면... 동아프리카 주요국으로 부상 기대

입력
2018.08.17 18:00
수정
2018.08.17 18: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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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부족 딩카족 출신 대통령

두 번째 종족인 前부통령 갈등

5년간 내전 이어지며 정정 불안

지난 5일 평화협정 체결했지만

키르 대통령 임기 3년 늘리며

무력충돌 재발 가능성 높아져

아프리카 남수단 정부와 반군 지도자가 지난 5일 평화협정에 서명한 가운데, 7일 남수단 얌비오에서 열린 반군 소속 소년병 석방 행사에 참석한 한 소년이 손에 총을 쥐고 서 있다. 수단으로부터 2011년 분리ㆍ독립한 남수단은 2013년 딩카족인 살바 키르 대통령과 누에르족인 마차르 전 부통령 사이의 불화로 내전이 발생, 지금까지 수만 명이 숨졌다. 얌비오=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 남수단 정부와 반군 지도자가 지난 5일 평화협정에 서명한 가운데, 7일 남수단 얌비오에서 열린 반군 소속 소년병 석방 행사에 참석한 한 소년이 손에 총을 쥐고 서 있다. 수단으로부터 2011년 분리ㆍ독립한 남수단은 2013년 딩카족인 살바 키르 대통령과 누에르족인 마차르 전 부통령 사이의 불화로 내전이 발생, 지금까지 수만 명이 숨졌다. 얌비오=로이터 연합뉴스

남수단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편이다. 영국 사회인류학자 에번스 프리처드가 1940년 출판한 남수단 누에르족에 대한 저서가 1988년과 2008년 두 번이나 번역돼 출판된 적이 있으며, 2001년에는 남수단 톤즈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유명을 달리 한 고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가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져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280여명 규모의 국군 ‘한빛부대’가 현재 남수단임무단(UNMISS) 활동에 참여, 남수단의 안정화와 재건임무를 수행 중이기도 하다.

독립 후 주목 받았으나 내전으로 최대 빈곤국 전락

남수단은 2011년 7월9일 수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수단은 과거 영국이 식민 지배를 하면서 북부와 남부를 인종, 언어, 종교 등에 따라 분리 통치해 독립 이후에도 북부와 남부로 나뉘어 약 50년 간 내전을 겪었다. 2005년 포괄적 평화협정에 따라 남수단은 분리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찬성 98%를 얻어 독립에 성공했다.

이렇게 탄생한 아프리카 54번째 신생 독립국 남수단은, 독립 당시 석유를 비롯한 풍부한 천연자원과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서 아프리카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인구의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취약한 경제구조와 2012년 수단과의 석유 분쟁은 갓 출범한 남수단 정부를 위기로 몰아 넣었다. 설상가상 2013년 12월 권력투쟁 과정에서 살바 키르 대통령과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의 불화는 남수단의 양대 민족인 딩카족과 누에르족 사이의 내전으로 번져 수단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전락시켰다. 남수단의 사례는 ‘탈 식민지화’와 독립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이 국가 발전 과정에서 겪어왔던 문제점을 한꺼번에 다시 보여줌으로써 아프리카에서의 국가 건설과 발전이 쉽지 않은 일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독재ㆍ부족주의 극복 못해 내전 지속

남수단은 대통령 중심제 공화국으로 대통령 임기는 4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초대 대통령이자 현 대통령인 살바 키르는 2010년 대선 당시 93% 득표율로 당선됐다. 키르 대통령은 2013년 7월 마차르 부통령이 쿠데타를 모의했다고 주장, 부통령과 내각을 해임했다. 결국 두 세력의 갈등은 내전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권력투쟁과 종족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키르 대통령은 남수단 최대 종족인 딩카족(전체 인구의 약 35.8%) 출신이며, 마차르 전 부통령은 두 번째로 큰 누에르족(전체 인구의 15.6%) 출신이다. 이 두 사람은 독립 이전에는 서로 협력했으나 독립 이후 권력을 놓고 갈등 관계에 놓였다. 키르와 마차르는 독립운동을 벌인 수단인민해방군(SPLA)을 이끈 지도자들이었지만 둘 사이에는 뿌리 깊은 갈등이 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차르는 남수단이 독립하기 이전부터 2인자였으며 독립 이후에도 부통령이 되어 2인자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2013년 말부터 발생한 남수단 내전으로 지금까지 수만 명이 숨지고 약 300만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개발을 위한 정부간기구’(IGAD)는 1990년대부터 수단ㆍ남수단 지역 내전에 대한 중재 역할과 함께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남수단 평화프로세스를 출범시켰고, 유엔과 아프리카연합(AU)은 남수단의 독립과 국가건설 그리고 내전 발생 이후 평화정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유엔은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을 파병하여 평화 유지 활동에 기여하고 있다. AU는 2016년 7월 아프리카연합 정상 회의에서 남수단 대통령 및 부통령 세력 간 충돌에 대한 대응책으로 아프리카연합 차원의 병력 지원을 결정했다.

2015년 8월 미국의 압박 속에서 키르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케냐, 우간다, 에티오피아 정상들이 주도한 협상에서 평화 협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2016년 4월 마차르는 외국에서 귀국하여 남수단 통합과도정부의 제1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평화협정 이후에도 대통령 세력과 부통령 세력 간 무력 충돌은 지속됐다. 마차르 부통령은 내전 상태로 돌입했다고 주장했으며, 키르 대통령은 안정적인 상태라며 사태를 봉합하려고 했다.

계속된 무력충돌로 미국 대사관 및 국제통화기금(IMF) 등 긴급 구호 인력들을 제외한 각국 및 국제기구, 구호 단체 관계자들이 남수단에서 철수했고, 케냐 항공을 포함해 남수단의 수도인 주바(Juba)로 취항하는 항공사들이 운행을 취소했다. 키르 대통령은 2016년 7월 평화협정을 파기하고 마차르 부통령 및 관련 내각을 해임했다. 이에 대해 마차르 전 부통령과 야당은 강력히 반발했고 남수단은 불안한 정정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일 키르 대통령과 마차르 전 부통령은 5년째 진행 중인 내전을 끝내고 정부를 함께 구성하는 내용의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는 주위의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27일 키르 대통령과 마차르는 휴전 협정에 합의했지만, 휴전에 돌입한 지 불과 몇 시간 뒤 정부군과 반군의 무력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5일 남수단 살바 키르(오른쪽) 대통령과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이 수단 카르툼에서 평화협정에 서명을 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카르툼=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5일 남수단 살바 키르(오른쪽) 대통령과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이 수단 카르툼에서 평화협정에 서명을 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카르툼=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남수단 의회는 지난 7월12일 평화가 올 때까지 임기 연장이 필요하다며 현 대통령의 임기를 2021년 7월까지 3년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15년 3월 ‘내전에 따른 무정부 상태를 피해야 한다’는 이유로 키르 대통령 임기를 2년 연장해놓고선 또 다시 임기를 연장한 것이다. 당초 올해는 대통령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내정 등 혼란을 이유로 미룬 것이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남수단의 내전은 현재로서는 획기적인 전기가 없을 경우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전 종식 시 중요국 부상…진출 준비 필요

이웃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국제사회는 남수단의 석유자원과 지정학적 중요성에 주목해 개별적인 지원전략을 통해 경쟁적으로 남수단에 접근하고 있다. 남수단은 2014년 기준 아프리카 전체 양자 간 공적개발원조(ODA) 수혜액 541억 달러 중 3.6%인 19억 달러를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의 이면에는 지역의 패권과 자국 이익을 확보하려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필자가 2011년 1월 케냐를 방문할 당시 이미 케냐는 남수단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으며 이윤이 나지 않는데도 주바에 케냐 항공을 취항시킨바 있다.

남수단은 2016년 9월 동아프리카공동체(EAC)에 가입, 외국 자본의 동아프리카 지역 시장 진출 및 협력이 기대되고 있다. 만약 내전이 종식된다면 남수단은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동아프리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 석유자원 개발 및 인프라 건설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ㆍ경제 개혁작업이 제 궤도에 오른다면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기회가 창출될 것이 분명하기에 남수단 진출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김광수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HK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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