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운동화를 떠올릴 것이다. 1980년대에 모든 청소년이 갖고 싶어했던 운동화 상표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이키’는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 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나이키’가 ‘니케’의 영어 이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그리스 신화의 승리의 여신인 ‘니케(Nike)’를 영어식으로 읽어서 ‘나이키’가 된 것이다. 해당 회사는 원래 ‘블루 리본 스포츠’였던 사명을 ‘나이키’로 바꾸면서 급성장했다고 하니, 승리의 여신이 함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동일한 대상을 언어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경우가 꽤 있다.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인명이나 지명이 영어권을 통해서 들어온 것이 많다 보니, 원어가 아닌 영어식 이름을 먼저 익힌 경우들이 상당수 있다. ‘조로아스터’ ‘호머’와 같은 인명이나, ‘시실리’ ‘비엔나’ ‘플랜더스’와 같은 지명이 그러한 예이다. 책 이름으로 익숙한 ‘조로아스터’는 ‘자라투스트라’가 원어식 표기이다. ‘일리아드’ ‘오디세이’의 저자로 알려진 그리스 시인 ‘호머’도 ‘호메로스’의 영어 이름이다. 지중해에 있는 이탈리아 섬은 ‘시칠리아’이고 오스트리아 수도는 ‘빈’이다. ‘시실리’와 ‘비엔나’는 각 지명의 영어식 표기이다. 그리고 아름답고 슬픈 소설 ‘플랜더스의 개’로 친숙한 ‘플랜더스’도 ‘플랑드르’를 영어식으로 적은 것이다.
원어 차이 말고도 같은 대상을 달리 부르는 경우는 종종 있다. ‘봉래산’ ‘풍악산’ ‘개골산’은 계절에 따라 ‘금강산’을 달리 이르는 말이고, 국보 1호 ‘숭례문’은 ‘남대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름을 지닌 대상은 그만큼 관심도 많이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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