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이하 사업체 50%→28%
첨단기술 부문 등 생산성도 급감
제조업 신생기업의 비중이 20년 만에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에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으면서 제조업 총생산성도 급감했다. 미래 성장 동력을 꺼뜨리지 않으려면 정부의 창업 지원 방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13일 발표한 ‘제조업 신생기업의 성장동력 역할 감소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종사자 수 10인 이상 사업체 가운데 업력 5년 이하 신생 사업체 수 비중은 1995년 51%에서 2014년 28%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창업 위축과 맞물려 제조업 생산성도 크게 위축됐다. 지난 20년간 제조업 총생산성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1995~2000년 제조업 총생산성 증가율은 7.3%였고, 이 가운데 신생기업의 기여율은 3.8%포인트였다. 업력 6년 이상인 기성기업(기여율 3.5%포인트)보다 더 많이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2010~2013년에는 제조업 총생산성 증가율이 3.1%로 절반 이하로 줄었고 신생기업의 기여율 역시 1.5%포인트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제조업 총생산성 증가율의 80%를 차지하는 첨단기술 부문에서 신생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급감한 것이 전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995~2000년 첨단기술 제조업에서 신생기업 생산성 증가율 기여도는 1.3%포인트였던 비해 2010~2013년에는 0.2%포인트로 대폭 낮아졌다. 고(高)기술집약 산업에서 신생기업의 활약이 축소되면서 성장 동력의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연구위원은 “업력 5년 이하의 신생기업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제조업은 신생기업 비중이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경제성장의 위험신호가 켜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1999~2013년 제조업의 고용 및 생산에서 신생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연평균 20%와 12% 수준이었지만, 신생기업이 일자리 증가와 생산 증가에 기여한 비율은 각각 44%와 27%에 달한다. 규모에 비해 고용 창출과 생산 증대에 큰 역할을 해낸 셈이다.
신생 제조기업 비중 축소는 사업체를 세워 성장시키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생기업의 활발한 시장 진입과 성장이 미래 성장과도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추진하는 창업 지원 정책의 실질 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혁신기업 선정 기준을 모험자본(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한 기업 혹은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으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창업 지원의 초점을 창업 이후 기업의 성장과 혁신 창출로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초기 신생기업의 높은 고용력과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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