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ㆍ아베 등 정권 출범 전후로
국민ㆍ당원 상대로 정책 담은 책 내
베스트셀러 오르면 당선 가능성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10일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의 출마는 이미 지난달 14일 ‘정책지상주의’ 출간으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집권 여당인 자민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만큼 이 책에 대한 반응으로 총재선거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일본에서 유력 정치인들은 선거 출마 전에 저서를 통해 핵심 정책 등을 국민과 당원들에게 알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栄) 총리(1972년 7월~1974년 12월 재임)가 총재선거 한 달 전인 1972년 6월 출간한 ‘일본열도 개조론’이다. 도쿄(東京)에서 오사카(大阪)로 이어지는 태평양 연안에 도시와 산업시설이 집중된 현상을 탈피, 일본 전역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총 91만부가 팔려 총재 당선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다나카 총리 이후 23명의 총리 가운데 17명이 정권 출범을 전후해 책을 냈다는 점에서 저서 발간은 총리의 필요조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1차 내각 출범 전인 2006년 7월‘아름다운 나라로’를 냈는데 이 책은 최근까지 51만부 이상 판매되는 등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이 책에서 정치입문 계기와 일본인 납치문제, 집단적 자위권 용인, 헌법 개정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2차 내각 출범 직후인 2013년 1월엔 ‘새로운 나라에-아름다운 나라에 완전판’을 내고 동일본대지진으로부터의 부흥과 디플리케이션 탈피 등을 주장했다. 그는 2차 내각 이후 장기 집권에 성공하면서 책에서 밝힌 신념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아베 총리는 11일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현에서 “개헌에 큰 책임을 느낀다”며 총재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3연임에 성공할 경우 개헌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번 책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자립을 강조하고 지속 발전이 가능한 나라 세우기를 목표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도쿄에 밀집한 인구와 인프라 집중의 위험성을 거론하며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ㆍ광역자치단체)의 재해 대응체제 정비를 위한 방재성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나 지방창생장관, 방위장관 출신으로 지방 부흥, 안보에는 자신의 소신을 상세히 소개한 반면 경제, 복지 등에선 아베 내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차별화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성장 위주의 아베노믹스를 비판하며 재정 건전성 강화를 강조한 것도 원론적인 언급에 그쳐 총재선거를 정책대결로 치르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 전망도 나온다.
일본 출판계에선 정치인의 책이 5만부 이상 판매되면 해당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표로 여긴다. 그러나 이시바 전 간사장의 책은 발간 2주째인 지난달 26일 기준 발행부수가 2만부 정도로, 아베 총리를 위협할 정도의 대중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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