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조작 사건 낙인에 다니던 회사를 관둔 과거사 피해 가족에게 국가가 재산상 손해도 물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981년 ‘남매간첩단 조작’ 사건 피해자 나수연씨와 그의 장남 정모씨, 사위 김모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정씨와 김씨에 대한 재산상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와 김씨는 당시 수사기관 발표(나수연씨 남매 검거)가 실린 언론보도로 다니던 직장의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된 채 사직 압박을 받다가 그만뒀다”라며 “사직 뒤에도 간첩의 아들ㆍ사위라거나 회사 거래정보를 유출한 사람이란 낙인 탓에 구직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문대 출신인 두 사람의 사직으로 생긴 재산상 손해와 국가의 불법행위 간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남매간첩단 조작은 전두환 정권 때인 1981년 3월 수사기관이 나씨 남매를 불법 체포해 전기고문, 잠 안 재우기 등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을 받아 간첩으로 재판에 넘긴 사건이다. 이듬해 나씨는 징역 7년, 그의 동생은 징역 15년형 등을 확정 받아 복역하다 1988년 가석방됐다. 남매는 2012년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아 2014년 각각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재심 무죄를 받은 나씨 가족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1심은 위자료와 함께 정씨 등의 재산상 손해도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은 “국가의 불법행위와 정씨 등의 퇴사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긴 어렵다”고 재산상 손해 주장은 물리쳤다. 대법원은 이런 2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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