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을 식혀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제 14호 태풍 야기(YAGIㆍ‘염소자리’의 일본어)의 예상 경로를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상청은 야기가 중국 요동반도 부근으로 상륙해 우리 서쪽 지방의 더위를 식혀 줄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주변기압계의 변화에 따라 유동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기상청은 10일 오후 3시 기준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580㎞ 부근 해상에서 서진하고 있는 야기가 12~14일 서해를 통해 북상, 중국 산둥반도를 관통한 후 요동반도에 상륙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예보했다. 다만 기상청은 야기가 요동반도에 상륙한다 해도 규모와 바람의 강도에 따라 우리나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태풍의 진행 방향 동쪽에 우리나라 서쪽 지역이 위치하면서 강수를 내려 기온이 하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태풍이 작을 경우에는 우리나라로 강수가 없어 폭염을 누그러뜨리기에 역부족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야기의 상륙지점이 북한이 되거나 중국 내륙 쪽으로 더 치우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야기가 서해안을 지나 중국 상하이 북쪽 부근에 상륙해 내륙으로 진입하게 될 경우 한반도에는 비는커녕 뜨거운 열기만 공급돼 폭염을 더 지속시킬 수도 있다. 반대로 예상보다 더 동쪽으로 진행, 북한 중부지방을 통과하게 될 경우 우리 나라 중부지방은 폭염이 해소되는 정도를 넘어 폭우 등으로 자칫 심각한 피해를 남길 수도 있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이 이처럼 명확한 예보를 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야기의 세력이 약해 주변 기압계의 변화에 따라 경로가 바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10일 오후 최대풍속 시속 68㎞의 약한 강도에 강풍반경 250㎞로 소형 규모인 야기는 우리나라에 가장 근접하게 되는 12~14일에도 비슷한 세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뜨거워 야기의 세력이 소폭 강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여전히 약해서 북상 중에 열대 저압부로 변질 될 가능성도 있다”며 “중국 내륙에 위치한 고기압과 한반도를 덮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의 위치에 따라 경로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주말인 11일과 12일에도 전국에 33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지적으로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예상 강수량은 전라내륙 및 경남서부 내륙이 10~40㎜, 경북동해안 5㎜ 내외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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