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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DJ 뒷조사를 국정원 직무로 인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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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DJ 뒷조사를 국정원 직무로 인정 논란

입력
2018.08.11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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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동 무죄 판결 근거로 제시

“정치사찰에 대공활동 면죄부” 우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손 잡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법원은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손 잡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법원은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법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김대중(DJ) 전 대통령 뒷조사를 ‘국정원의 정당한 직무’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근거 없는 풍문에 기초한 전직 대통령 뒷조사 행위까지 정당한 대공(對共) 활동으로 해석돼 국정원의 무제한 사찰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조의연)는 8일 국정원 대북공작금을 받고 DJ 미국 비자금 의혹을 추적한 혐의(국고손실 및 뇌물수수)로 기소된 이현동(62) 전 국세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국정원의 정보수집 활동 한계를 설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이 판결에서 재판부는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인사와 관련한 정보수집 활동은 배후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갖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이 같은 정보활동이 국정원 직무범위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DJ 비자금의 조사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판단도 내렸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DJ 뒷조사에 대해 “(당시에는) DJ 비자금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고, 대북 관련성 의심이 있어 실체 파악을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받아들일 여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전 청장은 2010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원세훈(67) 전 국가정보원장 등의 요구를 받고, 당시 풍문 수준으로 떠돌던 DJ 해외 비자금 소문 추적 비용으로 해외 정보원에게 12회에 걸쳐 5억3,500만원과 4만7,000 미국달러의 대북공작금을 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정보기관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진보 성향의 전직 대통령을 부당하게 공격하려 한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봤다. 뒷조사가 시작된 시점이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앞둔 때라는 점도 이런 의심을 더 키웠다.

그럼에도 법원은 1심 판결에서 이 같은 검찰 수사의 전제 자체를 부정하는 해석을 내놨다. 국정원법상 직무범위는 국외 정보 및 국내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ㆍ작성 및 배포 등으로 제한되는데, 법원은 당시 국정원에 ‘DJ 해외비자금 13억 달러 중 1억 달러가 북한으로 유입되려 한다’는 첩보가 들어왔었다는 점을 근거로 “대북 관련성”이 있는 국정원의 정당한 직무로 본 것이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국정원의 정치 개입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참여연대 공익법 센터장인 양홍석 변호사는 “이런 식이면 풍문만 갖고도 국정원이 어떤 정치인이든 뒷조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엄격히 본 앞선 판결들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4월 원세훈 전 원장 재상고심 선고에서 정치 관련 글 약 11만 건 등을 작성한 행위는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넘어서 정치에 관여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당시 원 전 원장 측이 “북한의 선거개입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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