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민주평화당 신임 당 대표가 다시 ‘몽골기병론’을 꺼내 들었다. 단기필마(單騎匹馬)의 장수로 앞장서 정당 지지율 1%라는 냉혹한 현실을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속도감 있게 민생현장을 누비면 위기에 처한 평화당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신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15년 전 현장 속으로 뚫고 들어가 답을 찾겠다는 ‘몽골기병론’을 주장했고, 그때는 통했다”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농민, 비정규직을 위한 정당은 물론 약자에게 제일 먼저 달려가는 정당이 되고자 한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정 대표는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를 회상한다. 초대 의장(당대표) 취임 후 재래시장부터 찾고 택시기사와 간담회를 열었다. 발 빠르게 민생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정동영 효과’ 덕이었을까. 5%를 넘지 않던 정당 지지율이 30%대로 치솟기도 했다.
이번에도 “평화당이 살 길은 여의도에 있지 않다”며 현장으로 향했다. 6일 취임 후 첫 일정으로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찾아 최고위원ㆍ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었다.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퇴직 사태 당시 희망버스 운동에 동참했던 기억을 되살렸다. 그는 “희망버스를 통해 정치를 다시 시작했었다”며 “바로 현장에 발을 딛고 하는 정치”라고 강조했다.
돌이켜 보면 여의도에 몽골기병론 깃발이 펄럭였던 때가 또 있다. 정 대표는 17대 대선을 1년 앞둔 2006년 다시 열린우리당 의장에 올라 ‘신(新)몽골기병론’을 주창하며 전국을 누볐다. 지난해 국민의당 새 지도부를 뽑는 8ㆍ27전당대회에 나서면서 “제2의 몽골기병론으로 국민 속으로 파고들겠다”고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정 대표의 ‘Again 몽골기병론’은 사라진 평화당의 존재감을 다시 회복시켜줄 수 있을까. 한국갤럽이 1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평화당 지지율은 여전히 1%를 벗어나지 못했다. “허허벌판에 서 있는 소수 야당으로 조건과 환경이 다르다”는 정 대표의 말마따나, 새 지도부를 선출한 데 따른 컨벤션 효과도 누리지 못한 속절없는 결과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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