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두 차례 거부 끝에 검찰에 출석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9일 오전 9시30분 김 전 실장이 소환에 응하지 않아 14일 오전 9시30분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6일 석방 직후 종합병원에 입원한 김 전 실장은 건강상 이유를 들어 출석을 거부했다. 김 전 실장이 8일 예정된 검진을 실시했을 뿐 조사가 불가능할 정도의 위중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석방 전인 5일에도 검찰은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했지만 김 전 실장은 거부한 바 있다.
김 전 실장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사건을 놓고 재판 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앞서 2일 외교부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13년 10월 주철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만나 면담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문건이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된 점 등으로 미루어 주 전 수석이 김 전 실장 지시를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재판 거래’에 연루된 정황이 담긴 문건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실장 조사 거부가 반복되면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까지 염두에 뒀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김 전 실장은 결국 14일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검찰에 전달했다. 강제수사는 피하되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검찰은 법관 사찰 정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한 김모 부장판사를 이틀째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관여한 문건이 많아 소환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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