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
北도 美에 종전선언 요구 기싸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장관의 방북 제안과 동시에 북한에 대한 비핵화 조치 요구를 선명히 하고 있다. 북한 역시 미국에 종전선언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나서 ‘평양 담판’ 가능성을 앞두고 북미가 기싸움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는 8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방문 길에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 ”모두 북한 쪽에 달려 있다”며 “국제사회가 여전히 그들이 비핵화를 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들이 기다린다면 우리도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오래 기다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잇따라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며 비핵화 조치 이행을 압박하는 데 가세한 것이다.
특히 헤일리 대사는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미국의 확고한 요구사항을 전달해 왔으며 미국은 이 요구사항을 약화하거나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의 기존 비핵화 요구에 대답할 준비가 됐을 때에만 방북이 이뤄질 것이며 미국은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압박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헤일리 대사는 “우리는 (북한 비핵화가)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을 것을 알았다”라며 “긴 절차가 되겠지만 비핵화를 보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요구 사항과 관련해 이날 미 인터넷매체인 복스는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6~8개월 내 핵탄두의 60~70% 폐기'를 골자로 한 비핵화 시간표를 제안해왔지만 북한이 이를 여러 차례 거절해왔다고 전했다. 미국이 제시한 비핵화 시간표는 북한이 6~8개월 이내에 핵탄두의 60~70%를 넘기고, 미국 또는 제3국이 이를 확보해 북한으로부터 제거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미 정부가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이외에 어떤 양보를 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두 달 간 이 같은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며 수용할 것을 요구했으나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매번 퇴짜를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 선언의 출발점으로 완전한 핵 시설 신고를 제시한 것을 감안하며 미국은 핵 신고에서 일부 핵 반출 이행까지 여러 요구 사항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복스에 “현 협상 단계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핵심 목표는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신고토록 하는 것이다”고 말해 일단 핵 신고에 우선적인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응해 북한도 9일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종전선언 발표로 조미 사이에 군사적 대치 상태가 끝장나면 신뢰 조성을 위한 유리한 분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에 대한 요구를 구체화했다. 북한도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할 경우 종전선언 카드를 들고 와야 한다고 응수한 셈이다. 북미 양측이 상대방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지에 대한 메시지 보다는 자신의 요구 사항을 분명히 제시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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