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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편의점, 상비약 판매 차이 못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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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편의점, 상비약 판매 차이 못느껴요”

입력
2018.08.10 04:40
수정
2018.08.10 07: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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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서울 15개 약국서 사 보니

품목조정 갈등 겔포스, 타이레놀 등

60%가 아무 설명 없이 판매

겔포스는 증상조차 묻지 않아

“부작용 있다면 약 자체의 문제

편의점 판매원 교육시스템 필요”

8일 서울 CU명륜 성대점에서 직원이 안전상비의약품을 정리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8일 서울 CU명륜 성대점에서 직원이 안전상비의약품을 정리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여기 타이레놀500㎎, 2,500원이요. 안녕히 가세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 직장인 김모(34)씨가 약사에게 타이레놀을 달라고 요구하자, 약사는 별다른 질문이나 설명을 하지 않고 곧장 약값 2,500원을 받았다. 마포구의 다른 약국에서도 마찬가지. 타이레놀 값을 받으려던 약사는 고객이 먼저 “술을 마셨는데 먹어도 되느냐”고 묻자 그제서야 “권하지 않는다. 부루펜 계열을 더 추천한다”는 조언을 건넸다.

약사들이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상비약) 품목 조정을 강력히 반대하면서 그 이유로 ‘오남용과 부작용’을 꼽고 있지만, 정작 약국에서도 일반의약품 판매 시 복약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가 8, 9일 이틀 간 서울 주요 지역 15개 약국에서 제산제(위산 억제) 겔포스와 지사제(설사 완화) 스멕타, 진통제 타이레놀500㎎을 구입해 본 결과 60%에 달하는 9곳에서 아무 설명 없이 의약품을 판매했다. 제산제와 지사제는 보건복지부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가 편의점약으로 추가하려고 논의 중인 효능군이고, 타이레놀500㎎은 대한약사회가 “간독성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판매 제외를 요구한 품목이다. 2012년 13종으로 시작한 편의점 상비약은 약사회의 지속적인 반대로 6년이 지난 지금까지 효능군과 품목에 변화가 없다.

구체적으로는 겔포스를 구입한 약국 4곳은 모두 증상조차 묻지 않았고, 타이레놀500㎎을 산 약국 9곳 중에는 5곳(56%)이 증상을 묻거나 복약지도를 하지 않았다. 지사제를 구입한 2개 약국만 1회 복용량 정도를 설명해줬다. 타이레놀을 약국에서 자주 구입한다는 김씨는 “타이레놀을 살 때 약사에게 증상을 따로 설명하지도 않고 약사도 질문이나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며 “편의점 판매 구조와 사실상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전날 심의위 회의에서 “타이레놀 자체가 아니라 고함량 타이레놀(500㎎)이 문제”라고 주장하며 해당 품목을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약국에서 타이레놀 500㎎을 판매한 9명의 약사들 중 함량이 낮은 제품을 권유하는 이들은 없었다. 최예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의약품 부작용이 있으면 약 자체의 문제지, 약국이든 편의점이든 판매처의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약사들이 복약지도료가 적용되지 않는 일반의약품에 대해 특히 지도가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약지도료란 약사가 처방약의 복용법을 알려주는 명목으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돈이다. 올해 기준으로 조제 1건 당 910원 정도를 받는다. 실제 8일 동대문의 한 약국에서는 타이레놀500㎎를 요구하자 별다른 말 없이 결제를 진행했으나 뒤이어 조제약을 받은 환자에게는 하루 복용 횟수나 함께 먹지 말아야 할 것 등에 대해 1분 가까이 설명을 해 줬다.

물론 편의점 판매원이 기본 지식 없이 약품을 다루면 약사회 지적대로 오남용의 소지가 있는 만큼, 교육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편의점 상비약 품목은 확대하되, 판매원들에게 어느 정도 이해하도록 교육은 해야 한다”며 “또 상비약에 적혀있는 설명서도 쉬운 언어로 바꿔 국민 편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정혜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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