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소매 패션산업을 주도하는 두 개의 큰 흐름은 가성비 최고 패션인 SPA(Specialty Retailer of Private Brand Apparel)와 명품을 포함한 글로벌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들이다. 스페인 자라(Zara)와 일본의 유니클로(Uniqlo)가 글로벌 SPA 시장을 주도한다면, 프리미엄 패션시장은 유럽 왕실의 전통과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한 유럽계 글로벌 브랜드가 이끌고 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가운데 영국을 대표하는 폴 스미스는 전 세계 남성패션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폴 스미스는 2018년 패션위크에서 여성 컬렉션을 소개하며 여성 패션으로도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영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를 구축해 낸 폴 스미스의 핵심 성공요인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과 스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 중부 노팅엄의 지역 정서와 전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폴 스미스는 중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다. 1970년 회사를 창립해 50여년간 일관된 디자인 철학을 유지했다. 17세 사이클 지망 지망생이었던 폴 스미스는 심한 교통사고를 당하고 6개월간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동네 술집에서 만난 친구들과 문화적 수업을 받게 된다. 런던 예술대학을 졸업한 폴라인(Pauline) 이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그녀와 결혼하는 폴 스미스는 클래식에 유머와 익살스러움을 추가해 독특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했다. 특히 창업자 폴 스미스가 92년 저명한 영국의 디자이너 상(Designer of the The Year Award)의 수상을 거부한 사건은 오히려 그의 명성을 더욱 높였다.
둘째, 영국의 전통과 포스트 모던 요소를 합친 폴 스미스의 브랜드는 세계의 남성 소비자들을 매료시켰다. 그 결과 현재 전 세계 70개국에서 상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해외매출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런던과 파리, 밀라노, 뉴욕, 도쿄에서 독특한 매장을 운영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도쿄에서는 일본인보다도 더 유명한 디자이너로 불린다. 신제품 론칭 행사에 일본인 2만명이 티켓 선구매를 할 정도로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영국 내 매장이 17개에 불과한데 일본에서는 200개 이상 매장을 운영 중이다.
셋째, 세대를 뛰어넘는 브랜드 감성을 창조해 냈다는 점이다. 폴 스미스의 대표 디자인으로 불리는 ‘멀티 스트라이프 패턴’은 1980년대 베이비부머에게는 성공의 상징을, 오늘날 90년대 출생 밀레니엄 세대 소비자엔 ‘쿨(cool)’함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사랑받고 있다. 남성 패션잡지 GQ 편집장이 이야기한 대로 폴 스미스는 ‘전통에 쿨함을 가미함(classics with a twist)' 이라는 독특함으로 세대를 뛰어넘어 선호받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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