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정구 대표팀 주장 김지연
4년 전 대회 막내가 최고참으로
경험없는 후배들과 똘똘 뭉쳐
발톱 빠지도록 밤낮 없는 훈련
역대 금메달 23개 딴 효자종목
종주국 일본 5개, 대만 7개 뿐
“무슨 운동하세요?”
“테니스랑 비슷한 운동해요.”
정구 선수들이 흔히 듣는 질문과 대답이다. 정구는 테니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종목이다. 코트 규격은 같지만 테니스보다 부드럽고 말랑한 공과 가벼운 라켓을 쓴다. 정구에 빠진 이들은 “말랑말랑한 공을 칠 때 ‘빵빵’ 소리가 나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여자 정구 대표팀의 주장 김지연(24ㆍDGB대구은행)도 같은 이유로 광주 문화초등학교 4학년 때 입문했다. 2014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그 해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개인단식ㆍ단체전), 2016년 아시아정구선수권대회 2관왕(개인단식ㆍ단체전) 등 한국 정구 간판으로 떠오른 김지연은 “여전히 정구가 어떤 운동인지 설명해야 할 때 서운함을 느낀다”며 “올림픽에 들어가면 조금이라도 관심을 더 받을 텐데”라고 했다. 한 두 번은 설명할 수는 있었는데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그냥 테니스랑 비슷한 운동을 해요”라고 답을 한다.
한국 정구는 세계 최강을 자부한다. 올림픽 종목은 아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언제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진입한 뒤 23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종주국 일본(5개)뿐만 아니라 대만(7개)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4년 전 인천 대회에서는 7개를 싹쓸이했다. 이번 자카르타 대회에선 남녀 복식이 없어져 5개(남녀 단식ㆍ남녀 단체전ㆍ혼합 복식)가 걸려있다.
김지연의 목표는 최소 2관왕, 최대 3관왕이다. 7일 서울 방이동 핸드볼경기장에서 만난 김지연은 “4년 전엔 막내로 언니들만 따라서 하면 됐는데, 이제 주장이 됐다”며 “인천 대회 때 너무 잘해서 이번에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열심히 준비했으니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4년 사이에 막내에서 고참이 된 만큼 그의 어깨는 무겁다. 여자 단체전엔 김지연을 비롯해 문혜경(21), 백설(21), 김영혜(22ㆍ이상 NH농협은행), 유예슬(24ㆍDGB대구은행)이 나서는데 아시안게임 경험자는 김지연이 유일하다. 유영동(43) 여자 대표팀 감독은 “아시안게임 경험이 없는 4명을 (김)지연이가 잘 끌어줘야 한다”며 “여자부는 클럽 활동 위주로 하던 일본이 최근 합숙 훈련을 하면서 강해졌기 때문에 더욱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연 또한 “단체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동의하면서도 “아직 국제대회에서 혼합복식 금메달이 없고,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단식에 나가지 않아 이번 출전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무릎과 발목이 워낙 안 좋아 한때 은퇴까지 고려했던 그는 아시안게임을 바라보며 참고 견뎠다. 현재도 딱딱한 코트에서 계속 훈련하느라 오른 발톱이 멍들어 빠지려고 하지만 반창고를 붙인 채 새벽, 오전, 오후, 야간 운동을 빠짐 없이 소화하고 있다. 김지연은 “고참으로 책임감이 크다”며 “아시안게임에 처음 나가는 후배들과도 많은 대화를 하고 있고, 남은 기간 잘 준비해 많은 금메달을 가져오겠다”고 다짐했다.
정구 대표팀은 오는 23일 팔렘방으로 출국해 28일부터 경기를 치른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정구와 테니스 다른 점은
테니스는 무게 56.7~58.5g의 노란 공을 쓰는 반면 정구는 테니스 공의 절반 정도인 30~31g의 백색 공을 쓴다. 라켓 크기도 정구가 더 작고, 무게 역시 170~270g으로 테니스 250~340g보다 가볍다. 드라이브, 스매시 등 어깨를 이용한 스윙으로 직선 공격을 하는 테니스와 달리 정구는 커트나 발리 등 손목을 이용한 기술을 주로 사용한다. 경기 방식은 테니스가 세트제, 정구는 게임제다. 테니스는 5세트 경기에서 3세트를 따내는 쪽이 승리하며, 한 세트를 가져오려면 6게임을 이겨야 한다. 포인트 단위는 0, 15, 30, 40으로 이뤄진다. 정구는 9게임제(5게임 선승제)와 7게임제(4게임 선승제)로 나눠지며, 4점을 선취하면 한 게임을 가져간다. 포인트 단위는 0, 1, 2, 3, 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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