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본부, 영월서 배송 시범 성공
3년내 집배원 10%가 드론 이용
8일 오후 1시 31분, 우체국 4호 상자 안에 소포 하나와 서류 10개를 실은 커다란 드론이 8개의 회전 날개를 돌리며 강원 영월우체국 옥상에서 떠올랐다. 빠른 속도로 지상 150m 상공까지 올라간 드론은 해발 780m 높이 봉래산 정상에 있는 별마로천문대를 향해 곧장 날아가기 시작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차로 가려면 9.4㎞ 거리지만, 드론이 하늘을 날며 직진하면 2.3㎞에 불과하다.
7분여가 지난 오후 1시 38분, 드론이 무사히 별마로천문대 주차장에 착지했다.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드론에 실린 우편물을 빼내자, 천문대에서 떠오른 드론이 다시 영월우체국 옥상에 정확히 착지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2분가량. 강한 맞바람 때문에 속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평소 집배원이 천문대에 가기 위해 왕복 1시간을 소요했던 것에 비해 3분의 1이나 빨라졌다. 우정본부 관계자는 “영월 지역은 10㎞ 이내에 산봉우리만 수십 개”라며 “앞으로는 한 번 비행에 나서면 산꼭대기 여러 군데를 들렀다 오는 식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르면 3년 이내에 드론이 집배원을 대신해 산악 및 도서지역 우편물 배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우본)는 지난해 11월 전남 고흥군 선착장에서 득량도까지 드론으로 우편물 배송에 성공한 것에 이어, 이날 영월군에서는 산꼭대기에 위치한 천문대 드론 배달에 성공했다. 직접 시연에 나선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드론은 산악지역에 사는 분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르면 2021년부터 전국 집배원 2만명 중 10% 가 드론을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본이 시범사업 장소로 영월군을 선택한 것은 집배원의 이동 거리가 전국에서 가장 먼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두 배 크기지만 인구는 4만명에 불과한 영월군에는 집배원이 32명 있는데, 가장 멀리 가는 사람은 하루에 145㎞를 이동해야 한다. 산골짜기에 드문드문 사는 주민들을 위해 하루 꼬박 신문을 배달하기도 하는데, 이동 시간이 길다 보니 정해진 근무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이날 시연에 이용된 드론은 중소벤처기업 ‘네온테크’의 기술로 제작됐다. 최대 왕복 20㎞, 40분 비행이 가능하며 10㎏까지 적재할 수 있다. 우본은 집배 드론을 우편물뿐 아니라 소외 지역 생필품 배달에도 이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 본부장은 “타당성 검증 과정이며 아직 기술이 완성된 단계는 아니다”라며 “3년 내에 더 작고 안전한 하드웨어와 함께, 관제 시스템도 스마트폰 앱 형태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정성 확보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날아다니는 새 등과 부딪히는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와 회피기술 등이 연구돼야 하고, 드론에 달린 카메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 문제도 대책이 필요하다. 또 드론이 대당 수천만원을 호가해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비행금지구역 등 규제도 여전하다. 강 본부장은 “국내 중소벤처기업들과 함께 협업해 기술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면서 “우정본부 자체 예산 중 연구개발(R&D) 부분 비중을 높이고,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업해 중점 국책사업으로 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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