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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쏙! 세계경제] ‘기술의 혼다’ 자존심 접고 전기차ㆍ자율주행 외주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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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쏙! 세계경제] ‘기술의 혼다’ 자존심 접고 전기차ㆍ자율주행 외주 결정

입력
2018.08.08 15:22
수정
2018.08.08 23: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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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혼다 소속 연구원이 개발 중인 자동주행차량을 타고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혼다 홈페이지 캡처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혼다 소속 연구원이 개발 중인 자동주행차량을 타고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혼다 홈페이지 캡처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기업 혼다가 급속한 기술 발전과 막대한 연구개발비 부담에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량 핵심 기술의 외주를 결정했다. 1940년대 오토바이로 시작해 자동차, 로봇, 비행기를 모두 자체 기술로 제작해 온 ‘기술의 혼다’라는 자존심을 접어 버린 것이다.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郎)가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힐 만큼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혼다의 기업문화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일본 재계에 따르면 혼다는 지난해 자체 기술의 세계 수준에 뒤져 잇따라 낭패를 당했다. 지난해 3월 부분자율주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카메라ㆍ센서 결함으로 사물을 피해 주행하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경쟁업체와 비교해서도 시험 차량 중 최저점을 기록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절치부심한 혼다는 8개월 후 시빅이 같은 테스트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시험에 통과할 수 있었던 건 자체 기술 덕분이 아니었다. 독일 부품업체 로버트보쉬 감지 센서를 장착한 덕분이었다.

그간 혼다는 엔진부터 서스펜션암에 이르기까지 자체 기술력으로 자동차를 설계해 왔다. 그러나 급격한 기술 발전 속도는 ‘기술의 혼다’라도 구호를 더 이상 지탱하기에 어려운 수준이 됐다. 아울러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보쉬, 컨티넨털AG, 덴소 등 부품업체와 인텔 자회사인 모빌아이 등 첨단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기술을 의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혼다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한국과 중국 회사에 대한 질적 우위는 좁혀지고 있으며 자율주행차량 제작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실리콘밸리와 유럽에 뒤처진 상황에서 보다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게 된 셈이다.

혼다 최고경영자도 ‘기술의 혼다’가 과거 구호임을 분명히 했다. 하치고 다카히로(八郷隆弘) 사장은 “일본 업체든 미국, 유럽 업체든 최고 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협력하고 싶다”고 선언했다. 자율주행차량 지도는 중국 검색엔진업체 바이두, 카메라 소프트웨어개발은 중국 스타트업기업 센스타임과 계약을 맺었다. 운전자의 감정을 읽는 인공지능(AI) 개발은 소프트뱅크와 계약했고, 전기차 배터리는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구입할 예정이다. 혼다 기술력의 상징인 엔진 부문에서는 히타치와 합작해 전기모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야스이 유지(安井裕司) 수석엔지니어는 “자동차 제조회사와 부품업체들이 각각 서로 다른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며 “혼다는 변하지 않았다. 변한 건 우리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게 비효율적이 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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