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며 강북의 한 옥탑방에서 생활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한민국 ‘99대 1의 사회’가 어떻게 마을에서 동네 경제, 골목 경제를 유린하는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옥탑방 인근에서 고독사한 남성이 뒤늦게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서는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옥탑방 입주 19일째를 맞은 8일 강북구 삼양동의 한 식당에서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박 시장은 “옛날에는 동네마다 구멍가게, 양장점, 전파상, 작은 식당들이 있었는데 다 사라졌다. 큰 도로변을 중심으로 가게들이 쫙 있는데 대부분 대기업 프랜차이즈”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서울 한 동네만의 문제가 아니고 서울시 전체,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며 “서울시가 어떻게 하면 거대한 도전 과제에 답을 내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솔샘시장의 울퉁불퉁한 도로 문제, 삼양동 꼭대기에 도시가스가 안 들어가는 200여채 집들의 문제 등 간단한 일들은 이미 해결했다”며 “다만 여기 들어오면서 갖고 온 큰 화두들, 시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나 강남∙강북 격차를 해소하는 문제는 하루 아침에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옥탑방 생활이 끝나는 다음날인 오는 19일, 한 달간 공관을 떠나 강북에서 살며 마련한 정책들을 발표한다.
폭염 속 옥탑방 생활에 대해서는 “불편한 게 하나도 없다”며 “더위는 결국 서늘함에 질 것이다. 고통은 늘 이후에 즐거움으로 보상될 것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 시장은 격려 전화나 메시지는 물론 얼린 물통을 수건으로 싼 천연 에어컨, 부채 등 각종 물건이 전국 곳곳에서 쇄도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박 시장이 살고 있는 옥탑방 주변에서 홀로 살던 한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시장은 “가슴 아프다. 들어보니 아직 40대 청년이고, 6급 장애인이더라”며 “도시에서 이런 외로운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또 하나의 과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숨진 남성은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나 여러 복지 시스템을 통해서 사례가 파악됐으나 당사자가 도움을 거부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이날 소식을 듣고 강북 북부시장 방문 등 오후 공개 일정을 취소했다.
이어 “찾동에 의해 고독하게 사는 사람들을 찾아 사례 발굴을 해서 (도움에) 배타적 입장을 보이더라도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사건의 전반적인 상황을 되돌아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종합 대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조만간 숨진 남성의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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