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태, 대한민국 치부” 일갈도
“실패한 기업 재도전 생태계 구축”도 주문
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환경미화원 근무 환경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환경미화원은 우리 공동체의 참담한 뒷모습”이라고 탄식하면서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행정안전부 등이 마련한 ‘환경미화원 노동 환경 개선 방안’과 관련해 “환경미화원은 우리 공동체가 먹고 버린 것, 쓰다 버린 것을 청소하고, 우리들 공동체가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거나 쉬고 있는 밤이나 새벽에 일하신다”며 “그러나 우리는 환경미화원들을 위험과 혹사와 무관심에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미화원은 우리 공동체의 뒷모습이고 우리 자신이다. 그러나 우리의 뒷모습은 참담하다”며 “환경미화원의 근무 시간, 작업 환경, 작업 장비, 안전 기준, 관리체계, 이 모든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경미화원의 재해율은 제조업의 두 배가 넘고, 근무 중에 목숨을 잃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번에 마련한 현장 밀착형 근무 환경 개선 방안 중 빨리 할 것은 빨리, 준비가 필요한 것은 준비해서 시행해 우리 공동체 뒷모습이 떳떳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해와 올해 환경미화원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마련된 해당 대책에는 올해 38% 수준인 환경미화원의 주간 근무 비중을 내년에는 50%까지 늘리고, 폭염과 강추위처럼 기상이 악화하는 경우의 작업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위탁업체에 고용된 환경미화원의 기본급과 복리후생비를 현실화한다는 방안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가습기 살균제 대책 추진 상황 및 향후 계획’과 관련해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국민의 안전에 역대 정부가 얼마나 둔감했고 관련 기업들이 얼마나 철면피였던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한민국의 치부”라고 일갈했다.
이 총리는 2006년부터 원인 미상의 폐 손상 환자가 늘었지만 기업과 정부가 외면하다가 2011년에야 정부 조사가 시작됐다면서 “그렇게 몇 년을 허송한 탓에 6,000명 이상이 피해를 당했고 1,300여명이 세상을 떠나셨다”고 주의환기했다. 그런 뒤 “지난해에야 문재인 대통령께서 피해자들께 사과 드렸고, 국회는 비로소 특별법을 제정했다”며 “지난 1년의 노력으로 피해자로 인정받은 분이 280명에서 607명으로 늘고, 천식 등 지원 범위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생활화학제품의 안전 관리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특별법’ 개정안이 이미 확정돼 내년 2월부터 시행되지만 피해 신청자의 10%만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등 구제 범위가 좁고 구제 절차가 복잡하다. 우울증 등 2차 피해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불합리하다고 피해자들은 지적해 왔다”며 보완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7전 8기 재도전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시도 내렸다. 이 총리는 “역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 대해 시장에서는 ‘왜 출생만 돕고 보육은 돕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었다”며 “이제는 기성 기업의 성장과 실패한 기업의 재기를 신규 창업 못지않게 도와드리는 정책으로 발전해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건 기업이건,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경우보다 한 번이라도 실패해본 경우의 성공 가능성이 더 크다”며 “실패의 경험은 주홍글씨가 아니라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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