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8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73세.
문학평론가, 불문학자, 번역가, 산문가… 고인을 설명하는 말은 많다. 요약하자면 그는 시대의 지성이었다. 지성이되, 따뜻하고 넉넉한 지성이었다. 그를 아버지로, 스승으로 따르는 학자, 작가가 많았다.
고인은 1945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고려대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경남대, 강원대 교수를 거쳐 1993년부터 2010년까지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를 지냈다. 국내파 학자인 고인은 40대 중반에 문단에 발을 들였다. 팔봉비평문학상, 대산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등을 받았다.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고인은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2013)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최근 투병하면서 산문집 ‘사소한 부탁’과 로트레아몽 시집 ‘말도로르의 노래’를 번역해 냈다. 저서로 '말과 시간의 깊이', '얼굴 없는 희망', '말라르메의 '시집'에 대한 주석적 연구', '잘 표현된 불행',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공저) '이상과 귀향, 한국문학의 새 영토'(공저) 등이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파스칼 피아의 '아뽈리네르', 드니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집', 기욤 아폴리네르의 '알코올',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등을 번역했다. 고인은 빼어난 시 감식가로도 불렸다.
2015년 담도암을 진단받은 고인은 암을 이겨낸 듯 보였다. 지난해 12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으나, 암이 재발해 올 2월 사직했다. 최근 들어 병세가 악화해 끝내 영면에 들었다. 빈소는 고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0일 오전 10시. (02)923-4442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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