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결혼식’ 리뷰
배우 박보영이 영화 '너의 결혼식'으로 돌아왔다. 역대 멜로 영화 1위 '늑대소년'에서 송중기와 절절한 사랑을 연기한 박보영은 706만 관객의 마음을 울리며 특별한 존재감을 입증한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흘렀고, 박보영은 판타지가 아닌 현실로 눈을 돌렸다.
'너의 결혼식'은 3초의 운명을 믿는 여자와 오직 여자만이 운명인 남자의 다사다난한 첫사랑 연대기를 그린 로맨스 영화다.
박보영은 3초 만에 빠지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여자 환승희 역을 맡았다. 까칠하고 똑똑하고 감정에 솔직한 여자다. 김영광이 오직 승희만을 바라보는 직진남 황우연을 연기한다.
극중 1987년생인 두 사람은 고3 때 승희가 전학을 오면서 처음 만난다. 하지만 갑작스런 승희의 전학으로 헤어지게 되고, 이후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면서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을 여실히 입증한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승희와 우연의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제작진은 변화하는 시대의 감성과 온기를 영화에 녹여냈다.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시절이기에 진한 복고 감성 같은 건 느낄 수 없다. 하지만 폴더폰이나 MP3 등의 소품, 당시의 패션 등을 재현하며 과거의 이미지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너의 결혼식'은 특별한 사건을 소재로 하진 않는다.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잔잔한 웃음을 주는 영화다. 신파 코드도 없다. 담백한 '현실 연애'를 담아 공감대를 형성한다.
'로맨스 가뭄'이라 불리는 한국 영화계에 5개월 만에 등장한 멜로 영화다. 지난 3월 14일 개봉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2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멜로는 망한다'는 공식을 비웃는 결과를 냈다. 소지섭과 손예진이라는 탄탄한 배우의 기용과 감성적인 원작에 코믹 요소를 곁들인 점이 주효했다.
역대 한국 로맨스 영화 1위는 지난 2012년 개봉된 '늑대소년'(706만 명)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이 459만 명, '건축학개론'이 411만 명으로 그 뒤를 잇는다.
'너의 결혼식'은 '늑대소년'의 주인공 박보영의 멜로 복귀작이라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올망졸망한 이목구비에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아왔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보다 현실적인 캐릭터에 도전했다. 박보영이 연기하는 환승희는 애교나 눈웃음으로 남자를 사로잡기보다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작고 당찬 소녀다.
많은 전문가들은 멜로 영화의 흥행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삼포 세대'를 꼽는다. 이들이 멜로 영화를 외면하기 때문에 흥행이 잘 되지 않고, 제작하려는 시도 자체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너의 결혼식'은 관객을 공감시킬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품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아름답기만 한 멜로는 아니다.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대학입시나 힘든 취업, 꿈을 포기하고 돈을 쫓아가게 되는 상황, 결혼을 하고 싶지만 모아놓은 돈도 전셋집도 없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았다.
딱 꼬집어 말할 개성이 없는 영화라는 게 다소 아쉽지만, 곳곳에 웃음이 있고 배우들의 차진 연기도 반갑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주인공 박보영과 김영광의 케미가 아주 좋다. 오는 22일 개봉.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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