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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트렌드, NOW] 맨부커상 후보 ‘사브리나’ 효과... 그래픽 노블 급부상

입력
2018.08.07 17:52
수정
2018.08.08 11: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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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사브리나'의 표지. 연합뉴스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사브리나'의 표지. 연합뉴스

올해 들어 서구 문학계에서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사브리나’가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 후보에 이 분야 작품으로는 최초로 이름을 올린 이후, 같은 장르의 다른 작품도 크게 약진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올 여름 서적 관련 대화에서 사브리나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을 전했다.

그래픽 노블은 지난해만 해도 미국에서 부침을 겪었는데, 사브리나 같은 화제작의 등장으로 다시 주목을 얻고 있다. 미국 최대 출판데이터 산출업체인 NPD북스캔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대상 그래픽 노블 판매 규모는 2016년(1,190만부)보다 60만부나 적은 1,130만부에 그쳤다. 하지만 사브리나가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면서 또 다른 그래픽 노블인 ‘어드벤처 존’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되는 등 분위기가 달라졌다. 출판사 랜덤하우스의 지나 갈리아노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래픽 노블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며 “최근의 성공은 성인 그래픽 노블의 판도를 변화시킬 힘을 충분히 가졌다”고 말했다.

그래픽 노블의 달라진 인기를 보여 주듯 외신에는 관련 작품 소개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2일 “더 많은 그래픽 노블을 소개하기에 딱 좋은 시기”라며 ‘독자가 읽어야 할 그래픽 노블 10선’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그려 1992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독일 만화가 아트 슈피겔만의 ‘쥐(maus)’ 등이 포함됐다. 미국의 경제뉴스 사이트 쿼츠도 ‘읽어야 할 5가지 그래픽 노블’이라는 제목으로 그랑빌(2009년), 프롬헬(1999년) 등을 안내했다.

‘그래픽 노블이 소설이냐’는 정체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좋은 작품들이 잇달아 소개되면서 문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쿼츠는 “그래픽 노블은 예술적, 문학적 특징을 공유하기 때문에 소설로 보는 게 맞다”고 언급했고, 가디언도 “만화로 규정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면이 있다. 그래픽 노블은 문학의 확장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 노블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작가들의 위상도 덩달아 높이지는 분위기다. 사브리나를 출간한 드로운앤쿼털리 출판사의 페기 번스는 “사브리나를 그린 닉 드르나소가 자신의 이야기에 독자들을 몰두시키는 방법에 매우 감탄했다”고 말했고, 아트 스피겔만은 “더 이상 만화가들은 예술가 그룹으로부터 외면 당하지 않게 됐다”고 언급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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