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의무화에
“이직 빈번한 설계사 악용 소지”
비용 증가로 보험료 인상 전망"
정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전체 특수고용직 10명 중 7명을 차지하는 보험설계사를 둔 보험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정부가 소득감소로 인한 이직에도 실업급여를 지급하기로 하면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7일 보험업계에선 전날 정부가 발표한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적용 방안 중 소득 감소에 의한 이직도 비자발적 이직으로 간주한 것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보험설계사는 영업을 안 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쉽게 조절할 수 있어 고의적인 업무 태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와 보험 대리점(GA)으로부터 이직 제안이 빈번한 상황에서 보험설계사가 마음만 먹으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확정한 뒤 일정 기간 쉬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부작용이 속출할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는 어느 회사에서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자발적 실업자의 생계 보장을 위한 실업급여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 의무화가 이뤄질 경우 대규모 고용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회사 입장에선 고용보험료를 특수고용직과 사업자가 공동으로 부담하게 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다 사실상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관리비용도 추가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굳이 인건비 부담을 지기보다 비(非)대면 계약 시스템을 활성화 할 수 밖에 없다”며 “성과가 저조한 보험설계사들부터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설계사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유연한 근무시간 등으로 경력단절 여성에게 유용한 일자리로 기능해 왔는데 이런 장점도 사라질 수 있다. 영업 실적이 낮아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설계사들은 통상 전체 설계사 중 10명 중 3명 꼴(5만7,000여명ㆍ2016년 기준)인데, 이들에 대한 계약 해지가 우선 검토될 수 있다.
고용보험료 등으로 인해 보험사의 사업비(비용)가 늘어나면 궁극적으로는 판매 상품의 보험료도 올라갈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에는 기본적으로 사업비가 포함돼 있는데 고용보험료 지출은 사업성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용보험 의무화를 천명하면서도 시행령을 통해 업종별 필요성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체 특수고용직의 70%에 달하는 보험설계사(34만명 추정)를 제외할 경우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만큼 보험설계사는 ‘추진 1순위’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보험업계에선 설계사들의 고용 보호가 필요하다면 설계사가 원할 경우 임의가입 형태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자영업자는 고용보험이 가능한 만큼 보험설계사도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면 된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상 보험설계사는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지 못해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등록증 제출은 불가능하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임금 근로자에 맞춰 설계된 현행 실업급여 제도에 무리하게 특수고용직을 편입하면 생각지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다양한 특수고용직을 포괄하는 새로운 사회보험 제도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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