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빵빵’ 백화점은 문전성시
“한강도 이렇게 더울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 있을 걸 그랬어요.”
8월 첫 주말(4일) 오후 9시, 직장인 신모(29)씨는 친구와 함께 서울 강남구 잠원한강공원 돗자리 위에서 괴롭게 뒤척였다. 손바닥만한 휴대용선풍기 바람마저 후텁지근했다. 강바람은 고사하고 온도계는 30도를 가리켰다. 이날로 14일째 이어진 열대야를 조금이라도 피하려고, 흔히 강 주변은 상대적으로 선선하다는 상식에 따라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 기대는 더위에 녹아버렸다.
폭염 속 잠원한강공원 잔디밭에는 그 흔한 돗자리 하나 보이지 않았다. 펼쳐놓은 돗자리 대열로 초록 잔디가 보이지 않을 정도던 예년과 달랐다. 오후 10시30분쯤 만난 신사동 주민 이모(26)씨는 “늦은 밤이면 괜찮을까 싶어 나왔는데 땀이 계속 나서 더 있을 수가 없다”며 “넓은 공원에 사람들이 없는 이유를 알겠다”고 말했다.
폭염 속 텅 빈 한강공원의 실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폭염이 기승을 부린 7월 마지막 주말 이틀간 잠실ㆍ반포ㆍ잠원한강공원 이용 시민은 7만8,519명이다. 이는 더위가 덜했던 7월 첫 주말(13만5,053명)의 절반 수준이다.
한강공원 상인들은 울상이다. 잠원한강공원 선상 레스토랑은 대목인 주말 오후 7시30분쯤인 저녁시간에도 손님이 없었다. 치킨집도 20분간 손님이 없다 1명이 닭을 포장해 갔다. “더워서 안 되겠다”고 실내로 자리를 옮긴 손님도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는 게 식당들 얘기다. 잠원지구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박모(25)씨는 “7월 초와 비교하면 손님이 50%는 줄었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사람들은 에어컨 등 냉방시설을 갖춘 백화점 등에 몰려 있었다. 인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갔더니 한 카페는 줄을 서야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북새통이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폭염이 심했던 7월 3, 4주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11.8% 늘었다”라며 “물건을 사지 않고 카페 등을 이용한 고객까지 고려하면 방문객은 훨씬 많았을 것”이라 말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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