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웨스트할리우드 시의회가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Walk of Fame)’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별 모양 판을 철거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판은 지난달 20대 남성이 곡괭이로 훼손하는 등 여러 차례 공격 대상이 됐었다.
‘명예의 거리’를 행정구역으로 두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웨스트할리우드 시의회는 6일(한국시각) 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별 모양 청동 판을 철거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5명)로 통과시켰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시의회의 존 듀란 의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결의안 통과를 알렸다.
의회가 ‘트럼프 이름판’ 철거에 나선 건 그의 여성혐오적 언행 등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한 여성 방송인에게 음담패설을 퍼붓는 음성파일이 공개돼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과 성관계를 맺은 전직 포르노 배우에게 금품을 건네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린제이 호바스 시의원은 언론에 “그(트럼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말을 이용해 여성을 학대하고 무시했다”며 “그것만으로 (철거)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결의안은 강제성이 없어 실제 철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명예의 거리’를 관리하는 할리우드 상공회의소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 케빈 스페이시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인물의 이름판을 빼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 “등록된 역사적 명소이기 때문에 함부로 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 ‘명예의 거리’에 입성한 유명인의 이름판이 추후 철거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판은 여러 차례 수모를 겪었다. 로스앤젤레스(LA) 경찰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새벽 곡괭이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판을 파낸 혐의로 24세 남성 오스틴 클레이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대선이 한창이던 2016년 10월엔 제임스 램버트 오티스라는 남성이 “트럼프처럼 성범죄의 표본 같은 인물이 대선 후보라는 걸 용납할 수 없다”며 슬레지해머와 곡괭이로 훼손하기도 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