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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은산분리… 문재인표 규제혁신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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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은산분리… 문재인표 규제혁신 2탄

입력
2018.08.07 17:14
수정
2018.08.07 21:4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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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 대통령, 인터넷銀 업계 관계자와 회동

“IT기업, 자본ㆍ기술투자 길 열어줘야”

은산분리 원칙 완화 의사 밝혀

#2

진보 진영 “재벌들 의료ㆍ금융에 눈독

朴정부도 못한 일 하겠다니…” 반발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페이콕부스를 찾아 휴대폰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법을 살펴보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페이콕부스를 찾아 휴대폰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법을 살펴보고 있다. 고영권 기자

“19세기 말 영국에 ‘붉은 깃발법’이 있었습니다.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었습니다. 증기자동차가 전성기를 맞고 있었는데, 영국은 마차업자들을 보호하려고 이 법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영국이 시작한 자동차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습니다. 규제 때문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신 행보에 본격적인 속도를 내고 있다. 의료기기 규제혁신에 이어 이번엔 ‘은산분리’ 카드를 들고 나왔다. 진보진영 내부에서 공개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오히려 중국과 일본, 유럽 같은 해외사례를 설파하며 규제혁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은 7일 규제혁신 두 번째 현장 행보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영국의 전례를 빗대 잘못된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 성장을 가로막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기업 등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막는 ‘은산분리’ 대원칙은 지키되 인터넷은행에는 정보통신(IT)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엔 의료기기산업 규제혁신 현장을 찾은 바 있다. 최근 경제 지표가 악화하고 성장이 둔화한다는 아우성이 잇따르자 직접 나서 규제완화를 통해 혁신성장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에선 “의료, 금융 규제완화는 경제를 살리는 데 실효성이 없고, 재벌만 이롭게 하는 일”이라고 비판을 쏟아내는 등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관련 행사에서 핀테크 업체인 ‘페이콕’ 부스를 찾아 QR코드를 이용한 스마트폰 결제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관련 행사에서 핀테크 업체인 ‘페이콕’ 부스를 찾아 QR코드를 이용한 스마트폰 결제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은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라고 늘 강조해왔다”며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나,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인터넷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인터넷은행 출범 후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로 호응을 얻긴 했지만 자본금 부족으로 몸집을 키우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난 만큼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성장을 돕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중국 등 다른 나라의 현실도 거론했다. “작년 말 중국을 방문했을 때 거리의 작은 가게까지 확산된 모바일결제, 핀테크산업을 보고 아주 놀랐다”며 “실제로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은 핀테크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혁신기업이 이끄는 인터넷은행을 활성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는 인터넷은행 규제혁신이야말로 고여 있는 저수지의 물꼬를 트는 일이라 여기고 있다”며 “국회가 나서서 입법으로 뒷받침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물론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부작용 방지도 강조했다.

이 같은 규제혁신 행보에는 문재인 정부 2기를 맞아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기조와 함께 혁신성장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우선 순위 공약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민간기업 투자 확대가 필요한 만큼 규제혁신을 통해 투자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만들겠다는 뜻도 있다. 문 대통령은 매달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열고 현장 접촉을 늘리겠다고 강조했고, 정부는 개인정보 관련 규제 완화나 드론, 에너지, 초연결지능화 등 신산업 분야에서 규제혁신 3탄, 4탄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정의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진보진영의 반발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 뒤집기다. 규제완화를 한다고 천국이 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도 “재벌들이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잃고 눈독을 들이는 게 의료와 금융”이라며 “그 숙원사업의 총대를 맨 것이 지난 정부(박근혜 정부)인데, 지난 정부도 못한 것을 하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도 은산분리 규제완화 반대 의원들이 있다.

이에 대해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6일 경제지들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 해서 재벌이 문제가 생겼을 때 일반 고객의 돈을 가져다 쓰는 게 걱정되는 것”이라며 “사금고화 할 가능성을 확실히 단도리(단속)할 것이고, 오너가 있는 재벌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논의는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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